[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유려한 충청남도 방언을 통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홍성의 지방색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고전 명작 피터셰퍼의 ‘에쿠우스’ 원작을 비틀고 재창조하며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서양적이고 무거운 요소를 해체한 <닭쿠우스>가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연극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만들어주며 유쾌한 공연의 막을 내렸다.
충남 홍성의 낡은 상가에 있는 무료한 정신병원.
그 곳에 손가락으로 닭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이 온다.
의사인 다이다이 박사는 소년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사람들을 추적한다. 하지만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급기야 오늘의 이 연극을 망쳐버리기로 작정하지만, 결국 소년의 덫에 걸려들고 마는데...
“복장도착자 아빠, 이단종교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는 엄마,
그리고 관심법을 가진 그들의 아들. 썅!
이건 컬트여! 난 작가의 의도를 모르겄습니다.
다이다이라는 캐릭터는 뭐지유?
시골촌 병원 구석이 앉아 신이나 된 거마냥
진단서에 몇 글자 끄적여 저 감옥이다 사람을 가둬 놓는 나는?"
이미 알려져 있는 번역극이 유쾌하게 재창작되어 조금은 어렵다 느끼던 무게감에서 해방시킨 연극 <닭쿠우스>는 20여 년간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철희 배우가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한 작품으로 2018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으로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초연을 올리고, 올해 서울 메세나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관객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이철희는 최근까지 국공립극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연극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로, 2014년 희곡 ‘조치원 해문이’로 ‘제4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하며 작가로까지 등단했으며, 계속해서 본인이 집필한 미발표 희곡 3편의 상연을 차례차례 계획하고 있다.
“내 안의 소리가 멈추지 않고 속삭댑니다. 넌 누구지?
대체 넌 워떤 사람이여? 너를 설명해 보랑께!
그랴! 알었어! 알었다구!
너헌티 굴복헐께! 허면 되잖야.
그러니 닭쳐, 닭쿠우스!
넌 나를 설명헐 수 읎시유.
이건 궁극적인 의미에서
내가 이 곳이서 뭐이를 허고 있는지 직면허기가 두렵다는 것입니다.
허지만 궁극적인 것을 허고는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읎지만
그려도 본질적인 것을 허고는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딜레마에 대해, 그리고 그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순응할 수밖에 없는 무력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는 <닭쿠우스>는 이철희 ‘작가’의 작품 ‘조치원 해문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닭쿠우스>를 통해 무대라는 환상 속에 살지만 동시에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현실 속에서 살고 있지만 안주하지 못하고 무대라는 환상으로 들어가야만 살 수 있는 배우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불안전함을 표현했다.
여태껏 야성적이고 매력 넘치는 근육질 남자들의 육체미 가득한 말들이 등장하는, 40년 넘게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쿠우스’의 인상깊던 장면들과 감동을 기억하고 가더라도, 혹시 전혀 내용을 모르고 가더라도 B급 키치코메디를 표방하는 연극 <닭쿠우스>을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태껏 말 가면을 써 왔던 닭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에쿠우스를 한 번 더 쥐어짜내 단 한 방울의 액기스를 뽑아 관객에게 맛보게끔 하고 있는 연극 <닭쿠우스>는 선뜻 유쾌하다고 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웃으며 편하게 공연을 바라보는 것은 관객들에게 가장 큰 이점이지 않을까 싶다.
“전기구이는 후라이드를 낳고 후라이드는 양념을 낳고 양념은 간장, 간장은 파닭으로 파닭은 볼케이노를 낳았도다. 림스는 멕시칸을, 멕시칸은 페리카나를 낳고 페리카나는 이서방을 낳고 이서방은 since1989, 스머프양념도 1989. 처갓집 라인은 비비큐와 둘둘. 둘둘을 낳았도다.
여보세요. 네네. 네. 네네.
네네치킨을 지나 닭의명품 프라닭, 스포츠닭 다디닭스, 닭중의 닭 스타 스타닭스. 그리고 이 모든 닭 위의 닭. 닭을 다스리는 닭쿠우스!!“
you are a chosen people
'코너스톤(집을 짓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놓는 기초석)'은 연극을 위한 이야기(story)와 형식(form)에 대한 탐구로 사람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를 무대화하여 보다 가치 있는 삶으로 견인하는 연극적 기초 이것이 '코너스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다음에 만나 볼 작품들에서는 어떤 삶과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