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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
문화

이 땅에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날아가 버린 새"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11/16 06:26 수정 2019.11.16 09:28
‘날아가 버린 새’를 함께 만든 사람들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를 함께 만든 사람들_김유림 조연출, 강호(변효준), 아빠(안병식), 엄마 미리/예리(윤미경), 조어진 조명오퍼레이터, 장지혜 작가, 용식(김민하), 전인철 연출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이 땅에 오롯이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연극 <날아가는 새>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독특한 무대와 대사, 실제 겪은 듯 한 리얼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며 막을 내렸다.

쪽방에서 아빠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열여덟 살 소년 용식. 2년 전 집을 나간 엄마 미리를 기다리고 있다.

작은 방 안에서, 답답한 현실 가운데에서 용식을 숨 쉬게 하는 것은 오직 검은 비닐봉지였다. 봉지 본드를 통한 환각 속에서 자신만의 상처를 토해내고 위로 받는 것. 완전히 끊어내려 해도 불현 듯 찾아오는 금단 속에서 괴로워하며 용식은 몸부림을 친다.

용식의 오랜 친구 강호 또한 늘 검은 봉지와 본드를 들고 다니며 약에 취해 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마음 둘 곳 없는 그들에게는 봉지마약이란, 값싼 탈출구였다.

어느 날 강호는 용식을 찾아와 여자 친구 예리의 임신사실을 알리며 고민을 나눈다. 용식은 쉬이 결단하지 못하는 강호를 이해하지 못한다.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고민하는 모습에 태어날 그 아이가 자신처럼, 우리처럼 그렇게 살까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낙태를 권하지만 끝내 강호와 예리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용식은 뱃속 아이를 지키려 하는 예리를 보며 2년 전 집을 나간 자신의 엄마 미리와 마주한다. 그리고 예리가 자신의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는 아이처럼 자신 또한 버려진 아이가 아닌, 지켜진 아이임을 환각 속에서나마 알게 된다.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아빠(안병식)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아빠(안병식)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강호(변효준)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강호(변효준)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미리/예리(윤미경)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미리/예리(윤미경)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아빠(안병식), 용식(김민하), 미리(윤미경)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미리(윤미경), 용식(김민하) /ⓒ김솔(보통현상)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용식(김민하), 미리(윤미경), 아빠(안병식)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용식(김민하), 아빠(안병식)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공연사진_용식(김민하), 아빠(안병식) /ⓒAejin Kwoun

신진 작가 장지혜의 희곡 <날아가 버린 새>는 2015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창작희곡 낭독 쇼케이스’에서 낭독극으로 선보인 적 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시기는 성인이 되는 누구나 거치는 과도기가 아닌 그들의 삶 자체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이 시기에 가슴 속에 맺힌 무언가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지나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에서 살아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날아가 버린 새>는 발음 나는 대로 읽으면 ‘나라가 버린 새’로 읽힌다. 미성년과 비성년 사이에 존재하는 불안정한 위치에서 정체성을 갈구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비행 청소년이 어딜 향해 가는 것인지, 그들은 마치 새장 안에 갇혀 날고 싶어도 그 안의 세상만큼만 나는 새로 체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장지혜 작가는 말한다.

작품 속 어른과 청소년 모두 미성숙한 존재들이다. 어른이란 존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님에도 청소년에게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완벽’을 강요하고는 한다. 정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각자 살아가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출구를 찾는다. 그 만들어진 출구가 어떤 이나 어떤 사회의 기준과 동떨어진 경우, 그 사회와 구성원들은 그들의 발악과 살아냄을 보고도 못 본 채 하거나, 외면하고는 한다.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애벌레가 성충이 되듯, 나이가 아닌 변화 자체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시기로써의 청소년의 삶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이 극복하고 깨달아 나아가는 것, ‘나’로 존재하는 것을 위한 우리들 자신들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단 돌파구’만의 손길은 살뜰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다독거려주는 듯하다.

- MINI INTERVIEW -

1. 날이 바싹 선 대사들이 연속으로 이어짐에도 이면의 진심과 걱정들이 따스하게 다가와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작품 <날아가 버린 새>를 보며 각 인물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메마른 듯 보이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각 캐릭터들을 작가님은 어떻게 설정하셨을지 그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 장지혜 작가 : 사람마다 마음속에 저 마다의 검은 봉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상처를 토해내며 위로 받는 것. <날아가 버린 새>의 각 인물 또한 개개인이 어떤 상처를 갖고 있으며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고 이겨내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중점으로 인물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까’

강호와 예리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고 뱃속에 살아있는 생명을 지키기로 결심하며 어둡기만 했던 미래 가운데 하나하나 서툴지만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아버지 동우는 맨날 집구석에서 소주만 마시지만 자신의 아들 용식을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죠. 그들에게는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유가 있지만 주인공 용식은 자신이 살아가는 그 이유와 목적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며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아이였죠. 하지만 강호와 예리가 아이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자신 또한 지켜진 아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이 생깁니다. 자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몸부림을 쳤던 용식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마음 속 봉지를 비워내게 된 것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용식이가 있을지. 어떻게 살아갈까보다, 지금의 오늘을,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길 바랬습니다. 토해내는 사람도 ‘나’이기 때문에, 비워내는 사람도 ‘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중의 인물들의 검은 봉지를 비워낸다.’ 제가 생각하는 인물들의 목표였고 설정이었습니다.

2. 가로로 폭이 좁고 아주 긴 무대는 처음 본 순간 상당히 놀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쪽에서 연기를 하는 동안 무대의 다른 한 편에 있는 배우님의 연기도 계속되어서 관극 중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쉽지 않았습니다. 길고 좁은 무대를 어떻게 디자인하였을지 의도와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전인철 연출

희곡을 읽고, 이 이야기를 좁고 길게 생긴 이 극장에서 어떻게 무대화해야 하는지 고민하였습니다. 22미터의 긴 극장의 개성을 살려 보자는 것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길고 객석에서 가까운 무대에서 관객에게 배우를 가깝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고, 배우를 퇴장시키지 않음으로 연극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긴 무대는 집이고, 가족이고, 길이고, 인생입니다.

3. 매 작품마다 연출님의 스타일과 색깔은 참 다른 듯합니다. '목란언니',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노란봉투', '나는 살인자입니다', '피와 씨앗' 등 모두 배우들의 개성을 너무나 잘 드러내며 각각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무대를 보여주었던 듯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잡고 가야겠다는 부분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 전인철 연출

이 작품을 만들면서 두 가지에 집중하였습니다. 하나는 희곡에 나와 있는 용식의 어머니 미리와 강호의 여자 친구인 예리를 한 배우가 연기하게 함으로써 이야기와 인물이 하나의 흐름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주제와 이 이야기에서 나올 수 있는 연극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무대입니다.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기 위해 좁고 아주 긴 무대를 사용하였습니다. 막다른 길목이자 인생이고 삶입니다.

4. 작가님, 연출님 그리고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게 여긴 대사들,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날아가 버린 새’의 희곡을 쓴 장지혜 작가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의 희곡을 쓴 장지혜 작가 /ⓒAejin Kwoun

∙장지혜 작가

용식이가 엄마를 보내주며 “살아야지. 엄마도 아빠도 나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렇게도 놓을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를 보내줌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용식. 놓을 수 없던 것이 용식에게는 ‘엄마’지만, 극을 보는 ‘나’에게는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또 그것을 보내고 비워낼 용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날아가 버린 새’를 세심하게 연출한 전인철 연출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를 세심하게 연출한 전인철 연출 /ⓒAejin Kwoun

∙전인철 연출

엄마를 떠나보내는 용식의 대사가 좋습니다.

가족은 어느 시간이 되면 떠나야하고, 헤어져야만 합니다. 그래야 서로 행복할 수 있겠죠.

‘날아가 버린 새’ 아빠 역 안병식 배우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아빠 역 안병식 배우 /ⓒAejin Kwoun

∙ 안병식 배우

‘나 그때 울엄마 보고 처음 알았어. 아 사람이 진짜 굶어죽을 수도 있겠구나.’

옛날이야기 같겠지만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현실에. 그리고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는 마련된 지금 현재에도 그러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개인의 무지와 무기력함 때문이지, 아니면 나라가 더 커버해야 할 문제인지 어디까지가 개인의 몫이고 나라의 몫인지에 대한 상념이 많이 떠오른 대사입니다.

‘날아가 버린 새’ 용식 역 김민하 배우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용식 역 김민하 배우 /ⓒAejin Kwoun

∙ 김민하 배우

‘엄마. 가면...살아?’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나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용식이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는 것을 알게 되는 대사라 마음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날아가 버린 새’ 강호 역 변효준 배우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강호 역 변효준 배우 /ⓒAejin Kwoun

∙ 변효준 배우

'티비만 보면 자꾸 입맛 다셔 다 먹고 싶데. 가만 보면 팔다리는 말랐는데 자꾸 배만 나와. 올챙이처럼. 근데 그게 하나도 안 미워.'

강호가 예리의 임신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보면서, 강호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첫 단계 대사라 생각합니다. 일탈하는 청소년의 모습에서 아직은 미성숙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었고, 고민한 만큼 애착이가는 대사입니다!

‘날아가 버린 새’ 미리/예리 역 윤미경 배우 /ⓒAejin Kwoun
‘날아가 버린 새’ 미리/예리 역 윤미경 배우 /ⓒAejin Kwoun

∙ 윤미경 배우

‘너 엄마 이름이 뭔지 알아? 박미리야. 박미리. 알아?’

제가 미리(/예리)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였지만, 대본을 보면서 미리라는 인물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 대사를 하면서 우리 엄마, 혹은 세상 모든 엄마들이 떠올랐어요. 제가 아직 누군가의 엄마는 아니라서 정말 알기 힘든 부분이지만 엄마로 사는 엄마들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관객 분들도 철없는 미리를 보고 있다가도 저 말을 듣고 ‘각자의 엄마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5. 작가님, 연출님 그리고 배우님들의 다음 작품 행보가 듣고 싶습니다.

∙ 장지혜 작가

많은 분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잘됐다’, ‘다음 작품 얼른 써야겠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때까지 사람을 더 들여다봐야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할 말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그건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할 것 같고.

무엇을 쓸까 하며 답답할 땐 광화문이나 서울 변두리를 무작정 걷고는 합니다. 달동네 같은 곳, 크고 작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나 주고받는 말들 가운데서 질문이 생길 때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들은 날 것 그 자체가 많죠. 공연이 끝났으니 조금 쉬었다, 다시 나가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곳으로 멀리 가볼까 하고 생각이 듭니다.

∙ 전인철 연출

‘날아가 버린 새’가 한 번 더 공연되길 바랍니다.

내년에 북한 소설과 과학 소설을 무대화 할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 안병식 배우

국립 낭독회 잠깐 하고,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대전공연과 서울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 김민하 배우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습니다.

∙ 변효준 배우

내년 1월부터 ‘코리올라너스’ 라는 공연을 합니다. 2016년에 이미 올렸던 공연인데 이번에 다시 재공연을 올립니다. 초연 때보다 더 짜임새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 윤미경 배우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라는 작품을 12월 20일부터 12월 25일까지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내년 2월에는 서울에서 공연합니다. 이전에 서울과 안산에서 공연하였던 작품인데, 이번에는 배우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도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날아가 버린 새' 포스터
'날아가 버린 새' 포스터 /ⓒ김솔(보통현상)(제공=극단 돌파구)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또 다른 이에게는 가질 수 없는 일상일 수도 있다. 새장 속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지 못하는 아니 하지 않으려는 사회는 작은 집단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쉽게 낙인을 찍어 버린다. ‘나’라는 존재는 유일무이하다. 서로 다른 ‘나’와 ‘너’와 ‘우리’를 같은 색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지켜진 우리들은 ‘나’로서 인정받을 당당한 권리가 있다. 세상 속에서 굳건히 ‘나’로 있을 수 있기 위해 또 다른 날갯짓 혹은 발걸음을 하는 ‘나’를, ‘너’를, ‘우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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