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알 수 없는 타인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독심의 술사>가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대학로로 돌아온 실력파 배우들이 펼치는 포복절도한 연기로 관객들을 웃음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하며 레트로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때는 서슬 퍼런 1970년대 말의 유신시절.
독심술사 나자광의 사무실로 지독한 의심병 환자 장무안이라는 한 남자가 찾아온다. 무안은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대며 자광이 진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지 딴지를 걸어댄다.
하지만 찰나의 생각까지 족집게처럼 알아맞히는 자광의 독심술을 눈앞에서 목격하고서야 무안은 마침내 무릎 꿇고 만다.
그렇게 이 남자, 자신이 모르는 아내의 과거를 캐내어 달라고 의뢰하는데...
자! 또 하나의 사건을 접수한 우리의 독심술사 나자광.
그 신묘한 기술 발휘해볼까?!
인간에 대한 관찰력과 위트가 넘치는 작품을 선사하는 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 이해제 연출자 겸 극작가의 <독심의 술사>는 기억의 책장에 꽂혀있던 추억의 책갈피를 소환시키며 특히 중장년층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1970년대 말 시대적 배경의 옛 감성을 담은 무대 위에 어느 시대이건 공감할 수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는 2019년 필름의 느낌이 나는 조명 아래 무대 위에서 세대를 넘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바야흐로 불신과 의심의 시대에 다소 엉뚱하지만 재기발랄한 독심술사 나자광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독한 의심병 환자인 의뢰인 장무안과 자신의 감정과 과거를 철저히 숨기는 의뢰인의 부인 신이화가 서로 숨겨놓은 마음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부부가 화해에 이르게 되는 스토리를 고전영화와도 같은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창작 초연으로 올라가는 이번 공연에는 나자광 역에는 탄탄한 연기력과 인간적인 매력의 김진수 배우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고 있는 정희태 배우가, 장무안 역에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다양한 역할을 선보이고 있는 장혁진 배우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악역을 보여주는 송재룡 배우가, 신이화 역에는 미세한 표정연기가 일품인 송지언 배우와 순수한 매력의 조영지 배우가 맡아 앙상블마다 다른 매력의 연기를 만나 볼 수 있다.
- MINI INTERVIEW -
1. 상대방을 보기만 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 있는 능력 ‘독심술’은 어쩌면 어린 시절 많은 이들이 꿈꿔봤던 초능력일는지 모릅니다. 상대방에게 최대한 사심을 지워야 하면서도, 경험이 많아야만 가능한 ‘독심술’이 실제 쉽게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닐 테지만, 본인이 만약 ‘독심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 김진수 배우(나자광 役)
내년 4월에 실시되는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총리) 아베 신조의 속마음도 알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트럼프도...김정은도...
・ 조영지 배우(신이화 役)
우선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독심술은 오히려 피곤할 듯합니다. 하지만 소통에 장애를 가진 이들, 아기 또는 동물 등 '소통'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하는 부분에 있어서 독심술이 있다면 불편함을 덜어내는 좋은 방향으로 사용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 장혁진 배우(장무진 役)
솔직히 독심술이란 걸 갖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남의 마음을 읽고 싶지 않는 마음이 큽니다. 서로 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해 알아가는 것이 진짜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2. 레트로 감성의 스토리와 무대에서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배우들의 연기는 더욱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공연이었던 듯합니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와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 김진수 배우(나자광 役)
"그래 이렇게 마음이 좀 통해야 세상이 아름다워 지지~"
사람들이 서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서로의 진심을 알아주면 살기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독심의 술사> 공연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이 드는데 저 대사를 하면 공연이 끝나니까 좋습니다.
・ 조영지 배우(신이화 役)
"진심이 뭔데?“
무안에게 진실을 듣고 싶은 이화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실제 삶에서 타인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문득 문득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장혁진 배우(장무안 役)
“사랑하니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3. 스크린과 무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님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배우님들의 차기작 소식도 궁금합니다.
・ 김진수 배우(나자광 役)
<독심의 술사> 지방공연이 있습니다.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안양,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성남, 12월 24일부터 28일까지 고양에서 서울 공연이 끝난 후에도 지방 관객들을 만나러 갑니다. <독심의 술사> 해외 공연도 가고 싶습니다.
・ 조영지 배우(신이화 役)
영화 <특수 요원>에 참여하게 될 듯 합니다.
・ 장혁진 배우(장무진 役)
안 알랴주지요~.
지난 추억을 회고하는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유행은 10년 주기로 돌고 돌기에, 그 시절 옛 추억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 과거에 멈춰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복고주의 연극 <독심의 술사>는 추운 겨울 조금은 헛헛해진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당신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