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보육원 출신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무수히 견뎌내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을 그저 또래 청년들처럼 취업과 연애를 고민하고, 불안하지만 미래를 꿈꾸며 스스로 일어설 가능성과 용기를 가진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가도록 따스하게 보듬어 주고 응원하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한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열여덟 어른』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가진 토크콘서트가 지난 해 29일 신촌 얘기아트씨어터에서 관객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보육원 아이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연극 <열여덟 어른>의 공연을 마친 후 토크콘서트가 진행되었다. ‘거리의 만찬-열여덟 어른 편’에서 인연이 시작된 박미선 방송인이 사회를 맡았으며, 실제 당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신선 씨와 김준형 씨 그리고 특별손님으로 함께 한 작가 겸 가수 이동우와 함께 자라면서 마주하게 된 편견, 보호종료 후의 기분, 10년 후 내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자립정착금 500만원으로 자립해야 하는 열여덟 어른들이 있다. 매년 2,500명의 열여덟 어른들이 세상에 나오지만, 이들의 자립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무관심'에 가깝다. 혼자 자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것은 자립이 아닌 고립이다.
“그 누구의 힘도 아닌 우리 힘으로
직접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멋있었습니다.
그 당당함에 반했습니다.“(방송인 박미선)
풀 한포기도 서로 기대서 살고 있는 세상에서, 모든 어른들이 착하지는 않겠지만 함께 이해하고 더불어 살면 좋겠다고 말하는 방송인 박미선의 미소는 참 아름다웠다.
“원해서 걷는 길도 있지만 때론 원치 않는 길을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이상한 길에 접어들 때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 인간은 고독해지고 무너지고 합니다.
하나만 기억하세요. 한 명만 길동무만 있다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어디가 될지 모르는 곳까지 걸어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길동무가 되어 각자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My way‘를 부르기 전, 작가 겸 가수 이동우)”
“우리보다 다른 얘야, 우리보다 좀 뒤떨어졌을 수도 있고,
내가 얘를 위로해야 하거나, 얘한테는 이래도 돼.
이런 편견이나 인식이 싫었습니다.“
"보육원에서 나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활 속에서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박도령 배우)
자신이 경험한 보육원 생활과 자립을 앞둔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연극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박도령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도령 배우는 현재 5년차 연극 배우이다. 대학생에게만 지원하는 지원제도는 많지만 대학을 가지 않은 그에게는 아직도 항상 위험한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자립'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창피했던 배경을 고백했을 때,
동정하거나 대단하다고 하지 않고 그냥 ‘내 친구’라고 받아들여줌이 고마웠습니다.”(신선 씨)
자신의 꿈을 실천하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한 신선 씨는 다른 보호종료아동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시리즈물로 연재했다. 『신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을 만나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꿈을 가진 평범한 20대 청년을 알리고 있는 신선 씨는 “KBS를 빛낸 최고의 주인공” 특집에서 ‘희망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보호종료아동들이 매체에서 피해자나 범죄자로 많이 노출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중, 장학재단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가 배경을 숨기고 음지에 있어야 한다 여기지 않기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열여덟 어른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그들에게만 희망을 준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도 용기를 얻고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았습니다.(김준형 씨)"
아름다운재단 “김군자할머니기금”으로 장학금을 지원받은 김준형 씨는 김군자 할머니와 할머니의 나눔의 추억을 기리며 만든 ‘김군자 블렌드’ 커피를 제작하고 펀딩을 진행한 『김준형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한 전안수 장학생 또한 보호종료아동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 굿즈를 제작하는 『전안수 프로젝트』를 통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교육비 지원 사업으로 사용하였다. 17세 나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에 끌려가 고통 속에 살았던 김군자 할머니는 고아로 자라면서 야학을 8개원 다닌 것이 평생 배움의 전부라며 당신의 기부금이 부모 없이 자라는 고아들이 잘되는 데 보탬이 되도록 2000년 평생 모은 5천만원을 출연하여 '김군자할머니기금'을 조성하였으며, 2006년 다시 힘들게 모은 5천만원을 추가 기부를 받은 기금은 부모 없이 보육시설에서 자라온 아이들의 등록금을 지원하는데 사용되었다. 김군자 할머니는 2017년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나셨으며, 마지막 길을 함께 한 김준형 장학생이 계속해서 나눔 정신을 실천 중이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 사업은 아동양육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종료(또는 연장) 대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교육비와 학업생활 보조비를 지원한다. 또한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장학생 선배들과 연결을 통해 자립정보 공유 및 유대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자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지만, 보호종료 후 5년까지만 취약계층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마저도 건강한 자립을 위한 보호종료아동 선배들의 모임 ‘브라더스키퍼’가 정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들은 이를 10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작업을 준비 중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왜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아직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한 유년기에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그들이 당당하게 자립성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사회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은 이런 프로젝트가 필요하기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반갑다는 것은, 슬픈 사회 현실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복지와 함께 방임 및 학대받은 아동을 위한 복지 모두 모든 아동들이 건전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사회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해 주는 것은 ‘남의 아이’를 보호해 주는 것을 넘어서 나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가 어울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키우는 일이다. 아이들의 자람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문화의 변화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일례로 영유아 복지가 비교적 선진화된 서구 국가 중 가장 진보된 제도를 갖추고 있는 스웨덴은 이미 18세기부터 아동을 부양해야 하는 짐이 아닌 미래의 나라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복지사업의 전제조건인 아동에 대한 기본적 권리의 확립이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으로 외향적으로는 보편화를 지향하지만, 실질적인 아동복지정책은 아동복지법의 보편주의적 이상은 물론, 사회적 복지욕구 수준과 상당한 괴리 속에 운영되고 있다.
최소한 아동복지는 아동복지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시장체계의 이윤추구원칙이 우선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것이며, ‘시혜’라는 고리타분한 의식부터 버리고, 함께 돌보고 책임진다는 사회적 책임성이 확립되어 아동을 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우리와 사회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포괄적인 아동복지사업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동복지사업’ 참조)
“보호종료아동들은 특별한 존재나 동정의 대상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