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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난민'의 현주소를 위트 있고 담담하게 담아 낸..
문화

'대한민국 난민'의 현주소를 위트 있고 담담하게 담아 낸 "낯선 이"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1/05 05:38 수정 2020.01.05 22:22
‘낯선 이’ /ⓒAejin Kwoun
‘낯선 이’를 함께 만든 사람들_신명민 연출, 김선빈 조연출, 조우현 배우, 정현준 배우, 우혜민 배우, 윤소희 배우, 이종찬 배우, 임예지 PD, 이예은 음향감독, 정하영 조명감독, 주예슬 배우(나레이션), 유성주 배우, 이승헌 배우, 서미정 배우(건반), 이준희 배우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반년간의 리서치와 인터뷰를 통해 극단실한 전단원이 공동창작한 신작 <낯선 이>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서초동 씨어터 송에서 ‘대한민국 난민’의 현주소를 위트 있게 때로는 담담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가슴 깊은 속 편견을 일깨우며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시간을 안겨주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작품은 2019년 낭독극을 첫 시작으로, 2020년 본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하나. “1983년 2월 25일”

“국민 여러분 여기는 국민 안전처 민방위 경보 통지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 인천에 북한의 공습이, 포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울. “다음 두 분 들어오실게요.”

“그럼 선생님, 붙는 데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세엣. “T-273”

“오늘 오전 7시 30분, 버터플라이 공항에 T-273인들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했습니다.”

네엣. “난민복서 강인한”

“아, 이디오피아 복서? 웰컴 웰컴.”

그 외, 여러 가지 목소리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이준희, 윤소희, 이종찬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정현준, 우혜민, 유성주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우혜민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윤소희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유성주, 이준희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조우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유성주, 우혜민, 정현준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배우 윤소희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공연사진_건반 서미정 배우, 나레이션 주예슬 배우 /ⓒ박태양-보통현상(제공=극단실한)
‘낯선 이’ 나레이션 주예슬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나레이션 주예슬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건반 서미정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건반 서미정 배우 /ⓒAejin Kwoun

난민은 국적, 인종, 종교,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자국 내에서 박해에 이르는 차별을 받고, 그와 같은 박해 때문에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을 이른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난민법’ 참조)

난민에 대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엇갈린 시선을 여러 난민들의 목소리와 상황들을 들려주며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낯선 이>는 난민들에 대한 정책에 대해 정답을 요구하거나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 인터뷰 내용을 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는 극단실한의 작품은 어디서부터 픽션이고 어디까지 논픽션인지 사실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나 있을법한 이야기에서 시작하기에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한국은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대한 비준서를 기탁, 난민협약이 1993년 3월 3일, 난민의정서가 1992년 12월 3일에 각각 발효되면서 협약상의 난민보호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1993년 12월 10일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심사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였고, 1994년 7월 1일부터 난민심사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국경관리, 외국인의 체류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안에서 난민의 인권이라는 가치는 제대로 발현될 수 없다는 한계가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서 지적되었다. 한국이 난민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난민인정 절차의 신속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하여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으며, 난민신청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봉쇄되어 있고, 난민인정을 받은 자의 경우에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등 난민 등의 처우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소수 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2012년 2월 10일 독립된 인권법으로서의 난민법이 제정되었다. 2013년 6월 법무부에 난민과가 신설되었고, 7월에 난민법이 시행되었으며, 9월에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완공하였고, 10월에는 한국이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난민법은 난민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충실하고 공정한 심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은 방기한 채로 ‘신속’이라는 미명 하에 난민에 대한 문을 닫고, 열심히 쫓아내기 바쁜 출입국의 실무관행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매우 크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작성 “한국의 난민법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참조>

경제적・사회적으로 국가에 어떤 변화가 올지 너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조건 인도적 차원으로 난민을 포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혐오적 발언으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세계인권선언 제1조)하기에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씩 성장하기를 우선적으로 바래본다. 난민은 우리의 이웃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도 난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보장은 없기에.

- MINI INTERVIEW -

1. 얼마 전 만나 본, 극단ETS의 낭독극 <JUNGLE> 작품 또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었기에 극단실한의 <낯선 이>는 어떤 목소리를 들려줄지 더 기대가 많았습니다. 역시 극단실한의 작품은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가지지만, 픽션과 논픽션을 너무나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무대화를 시킨다는 느낌을 받으며 정말 매 작품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각자의 다른 목소리들로 들려주는 대한민국에서 난민을 바라보는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시선들과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사고들 뿐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게 맞을지 싶은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지식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관해 얼마나 오랜 기간 어떤 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를 하고 또 희곡 작업을 진행하였을지 상상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 작업과정들에 대해 정말 많이 궁금해집니다.

・신명민 연출

난민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서칭을 시작한건 2018년 말부터 이었습니다. 2018년,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들은 대한민국의 편견어린 모습을 비춰준 순간이었다 생각합니다. 그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비춰지던 편견과 혐오의 모습들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 존중이 배제된 채 밀어내기만 했던 아쉬운 모습이었다 생각합니다. 다양성과 타인과 타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하기 전에 no라는 걸 쉽게 외치는 모습들이 있었죠. 사실 처음엔 난민 자체에 대한 공부로 시작한 프로덕션이 아니었습니다. 타지인 으로써 대한민국에 살아간다는 것. 그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포커싱을 두고 프로덕션이 진행되었는데 난민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고. 난민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한 자체 토론이 이 연극의 시발점이었습니다. 무지함을 채우는 스터디를 행하였고 난민 분들과 그 가까이에 계신 분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일 변호사님(‘난민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는 어필(APIL) 변호사)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들었던 게 창작과정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T-273> 같은 경우가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신 역으로 상황을 놓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깨닫게 되는 부분들을 생각하여 만든 에피소드입니다. 만약 대한민국 국민들이 난민이 되어 타국의 보호를 받는 상황이라면 그 타국의 국민들은 어떤 시선으로 우리를 받아들일지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다음 두 분 들어오실게요>같은 경우는 난민승인 면접 대기 줄의 이야기인데, 실제 대한민국 난민신청 시스템의 허점과 그 안에 존재하는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1983년 2월 25일>은 실제 귀순을 선택한 고 이웅평 상위님과 귀순 병사들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모든 귀순병사들에게 취재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부탁하였던 그 모습이 강력하게 머릿속에 남아 배우들과 대본을 쓰게 되었습니다.'대한민국이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난민복서 강인한> 또한 실제 대한민국에서 '난민복서'로 활동 중인 분들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난민신청 승인을 받은 이의 삶은 어떨지 고민하고 서칭하여 만든 에피소드입니다.

사실 더 많은 에피소드들과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요, 추려서 각 에피소드마다 팀원을 꾸려 대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에 담지 못한 실제 난민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난민들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엮어 인터뷰형식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고요. 힘들지만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2. 극단실한의 신작 <낯선 이>는 예전의 극단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들 뿐 아니라 극단원 모두에게도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을 듯합니다. 작품을 진행하며 예전과 다르게 바뀐 것이 있을지 또는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신명민 연출

<레라미 프로젝트>와 <혼마라비해?>를 제작하는 과정처럼 이 프로젝트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타문화를 잘 알지 못한 채 그들을 거부했던 이들도 있었고 단편적인 정보로 그들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타인의 대한 이해를 한다는 것, 내가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의견을 낸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고 때로는 자책과 반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모든 팀원들이 뜨거운 온도로 이 작업을 마주하고 변화하여 더 예민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팀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저희가 행했던 실수, 저희가 과거에 했던 혐오와 편견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예민하려 합니다. 혹시나 누군가를 대상화하고 있진 않은지, 소재로써 어떤 예민한 문제를 이용하고 있진 않은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그런 저희들의 작업과 고민들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극장을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3. 어눌한 한국말로 캐릭터들을 너무나 애절한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배우님들 모두, 캐릭터들의 특징을 너무나 잘 잡아 연습하셨을 지난한 과정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들이 궁금합니다.

‘낯선 이’ 신명민 연출 /ⓒAejin Kwoun
‘낯선 이’ 신명민 연출 /ⓒAejin Kwoun

・신명민 연출

전 에피소드 <1983년 2월 25일> 에서 기자가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군에게 하는 대사 "대한민국 만세 삼창 가능하신가요?" 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2019년에도 그 때와 변한 건 없어보여서요.

‘낯선 이’ 강정곤 역 정현준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강정곤 역 정현준 배우 /ⓒAejin Kwoun

・강정곤 역 정현준 배우

EP. 난민복서 강인한

‘낯선 이’ 하시나 역 조우현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하시나 역 조우현 배우 /ⓒAejin Kwoun

・하시나 역 조우현 배우

EP. 목소리 셋, 하시나

‘낯선 이’ 주태호 역 유성주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주태호 역 유성주 배우 /ⓒAejin Kwoun

・주태호 역 유성주 배우

EP. 난민복서 강인한

‘낯선 이’ 남자2역 이승헌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남자2역 이승헌 배우 /ⓒAejin Kwoun

・남자2 역 이승헌 배우

EP. 다음 두 분 들어오실게요

‘낯선 이’ 조병호 역 이종찬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조병호 역 이종찬 배우 /ⓒAejin Kwoun

・조병호 역 이종찬 배우

EP. 1983년 2월 25일

‘낯선 이’ 신대호 역 이준희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신대호 역 이준희 배우 /ⓒAejin Kwoun

・신대호 역 이준희 배우

EP. 목소리 넷, 신대호

‘낯선 이’ 뇨마에 역 윤소희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뇨마에 역 윤소희 배우 /ⓒAejin Kwoun

・뇨마에 역 윤소희 배우

EP. 목소리 다섯, 뇨마에

‘낯선 이’ 여자 역 우혜민 배우 /ⓒAejin Kwoun
‘낯선 이’ 여자 역 우혜민 배우 /ⓒAejin Kwoun

・여자 역 우혜민 배우

EP. 세번째 이야기, 구역 T-273

4.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 <낯선 이>를 언제쯤 무대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을지, 그리고 차기작 소식도 알고 싶습니다.

내년 말에 여기서 더 발전된 본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그 전에 서울연극제 참가작 <혼마라비해?>를 연초에 올릴 예정입니다!

‘낯선 이’ CAST /ⓒAejin Kwoun
‘낯선 이’ CAST_이준희 배우, 조우현 배우, 정현준 배우, 우혜민 배우, 윤소희 배우, 이종찬 배우, 주예슬 배우, 유성주 배우, 이승헌 배우, 서미정 배우  /ⓒAejin Kwoun

작년 12월 극단ETS에서 프랑스 칼레 난민촌을 이야기하는 낭독극 “JUNGLE” 공연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올해 본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삶에 다양한 시선을 담아 실한 연극을 만드는 젊은 극단 ‘극단실한’의 신작 연극 <낯선 이> 또한 난민을 이야기하지만, 두 개의 시선은 극명하게 다르다. 연극을 통해 만나 보는 ‘난민’들에 대한 뜨거운 이야기를 토로하는 두 작품 모두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은 관객들과 좀 더 많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낯선 이' 포스터 /(제공=극단 실한)
'낯선 이' 포스터 /(제공=극단 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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