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전 세계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스테디셀러로 정통 클래식의 정제된 안무에 발레마임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발레 입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The Nutcracker>가 지난 21일부터 3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동화 속 환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어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호두까지 인형>은 문화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가출 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공연관람과 부대행사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유니버설 발레단과 (사)자원봉사애원이 23년 간 함께 아름을 치유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선행사이기도 하다.
1막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드로셀마이어의 마술로 살아 움직이는 할리퀸, 콜롬바인, 무어 인형의 개성 넘치는 춤이 초반을 장식한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의 전투 장면은 생쥐 왕의 익살맞은 연기와 실제 발포되는 대포가 등장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대미를 장식하는 ‘눈의 왈츠’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준 높은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1막의 하이라이트이다.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는 20여명의 눈송이 요정과 소리 없이 반짝이며 흩날리는 눈, 코러스가 더해진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을 압도한다.
2막 과자의 나라에서는 러시아, 스페인, 아라비아, 중국 등 세계의 민속춤을 볼 수 있다. 막대사탕, 초콜릿, 커피콩, 차를 상징하는 이 춤들은 이색적인 의상과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이후 남녀 무용수의 아름다운 앙상블이 돋보이는 ‘꽃의 왈츠’,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의 ‘그랑 파드되’가 이어진다. 이 장면을 통해 유니버설발레단의 차기 시즌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스타가 배출되기 때문에 언제나 평단과 팬들이 주목이 끌린다.
못생기고 딱딱한 호두까기 인형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외면당하지만 클라라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 왕자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 <호두까기 인형>은 주변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이 자신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발레단의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비전을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문훈숙 단장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하였다.
35주년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을 기반으로, 20여 년간 마린스키발레단의 전성기를 이끈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이 초연을 연출하고, 이후 유니버설발레단 3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와 현 예술감독 유벙헌이 개정 안무를 담당하였다. 차이콥스키 음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 바이노넨의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분위기를 한껏 무르익게 할 신비롭고 환상적인 무대, 원작의 스토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연출과 안무 뿐 아니라 무대 세트와 의상이 정교하고 세련된 것으로 유명하며, 풍성한 볼거리로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신인 무용수가 주역으로 발돋움 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들이 <호두까기 인형>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는다.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동탁/ 최지원-마 밍 외에도 손유희-간토지 오콤비얀바/ 김유진-필리포 안토니오 루사나/ 베린 코카바소그루-임선우/ 서혜원-이고르 콘타레프 등 총 일곱 커플이 새로운 호흡을 선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이 1986년 초연 후 34년간 연속매진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요인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에 있다. 클라라의 연기와 극 전개를 성인 무용수에 의존해가는 다른 발레단에 반해, 유니버설발레단은 원작 그대로 1막 초반은 어린 무용수를, 1막 후반부터 2막은 마법에 의해 성장한 성인 무용수를 등장시킨다. 어린 클라라와 파티 장면의 친구들, 호두까기왕자의 병정들은 바가노바 메소드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부설 교육기관인 선화예술학교,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줄리아 발레아카데미에서 선발하고 있다. 특히 어린 클라라는 성인 무용수와 마찬가지로 토슈즈를 착용하고 솔로 바리에이션, 드로셀마이어와의 파드되 등을 소화하며 한국 발레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게 만든다다. 현재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홍향기 발레리나 역시 2002년(당시 13세)에 어린 클라라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러시아 발레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볼쇼이’가 강인함과 웅장함을 추구한다면, ‘마린스키’는 황실의 세련미와 정교함, 화려함을 추구하고 있다. 30여 년간 마린스키 스타일을 유지해 온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고도의 테크닉에 마임이 배합된 안무의 밸런스로 다채로운 하이라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올 가을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일로 이야기되는 세계 최고의 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정열의 ‘카르멘’, 영화 백야로 우리에게 친숙한 ‘젊은이와 죽음’, 그리고 클래식 발레의 정수 ‘파키타’ 3개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수석무용수 김기민을 비롯하여 마린스키 간판스타들과 무용수 100여명이 내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쉽게 접하지 못한 작품들과의 만남에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