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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누구나 행복한 시간 속에 살길 바라는 이야기, "49년 구연씨"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1/11 05:04 수정 2020.01.13 11:14
한국문화에술위원회 생애최초예술지원 사업 선정작
‘49년 구연씨’를 함께 만든 사람들_윤광희 작/연출, 영희(박신애), 김지용 오퍼레이터, 민광숙 프로듀서, 철수(황현태), 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를 함께 만든 사람들_윤광희 작/연출, 영희(박신애), 김지용 오퍼레이터, 민광숙 프로듀서, 철수(황현태), 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공연예술창작소 호밀의 신작 낭독극 <49년 구연씨>가 2020년 본 공연을 앞두고 독특한 매력을 지닌 쇼케이스 형식으로 지난 해 12월 30일과 31일 양일간 대학로 지즐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먼저 선을 보였다.

두 가지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의 교차편집처럼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시간에서 이어진다.

EP1.

20년의 시간을 법적으로 보상받을지 문의하기 위해, 노구연 씨는 변호가 계동수를 찾아왔다.

구연씨의 이야기가 마치 스탠딩 코미디언처럼 펼쳐지지만 그의 앞엔, 오직 탁상시계 알람이 빨리 울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담이 멈추기만 바라는 변호사 계동수가 있을 뿐이다.

EP2.

어느 오래 된 시계 점에 멈춰있는 시계처럼 앉아있는 시계수리공 “철수”,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 온 손님 “영희”는 자기 집 커다란 괘종시계를 짊어지고 들어와 초침이 자꾸만 멈춰있는 듯 더디게만 간다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시계는 절대 거꾸로 돌면 안 된다고. 정확히 앞으로만 나아가야 한다고. 그게 시계라고. 무엇이 저 여자를 저렇게 분노하게 하는 걸까.

‘49년 구연씨’ EP1. 컨셉사진_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컨셉사진_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_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_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_노구연(안영주), 계동주(한상훈)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1. 공연사진_계동수(한상훈), 노구연(안영주)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철수(황현태), 영희(박신애)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철수(황현태), 영희(박신애)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철수(황현태), 영희(박신애)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영희(박신애), 철수(황현태)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영희(박신애), 철수(황현태)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 /ⓒAejin Kwoun
‘49년 구연씨’ EP2. 공연사진_영희(박신애), 철수(황현태) /ⓒAejin Kwoun

요즘 누가 시계 점으로 시계를 사거나 수리를 맡길까. 이제는 있어도 되지만, 없어도 되는 그런 공간일 뿐이다.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저녁 8시에 문을 닫는 시계 점은 이제 지루하거나, 따분함마저도 사치인 그저 있을만한 곳에 있을만한 시간일 뿐이다.

나의 시간이, 혹은 나의 삶이,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모두가 변두리 삼류 스탠딩 무대 위의 코미디언일지도 모르겠다. 남들 모두가 원하는 행복이 과연 나에게도 행복일지는 의문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같은 시대, 비슷한 환경에 동일한 교육을 받고 살아 온 우리인데도 그 행복의 시간은 저마다 모두 다르다.

어찌 보면 누구나에게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독특한 의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을 쓰고 연출한 윤광희 연출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의 시간. 나의 시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찾을 수 있을까요?

무엇이 행복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우린 살아가야 하는 건지. 살아야 하는 건지.

혹은, 살았었는지.“

- MINI INTERVIEW -

1. 시간과 나이 그리고 시간 속 후회와 추억들을 말하지만, 앞으로 나아감을 이야기하는 “49년 구연씨”는 독특한 색채가 가득했습니다. 낭독극임에도 인물의 구도와 장면전환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을 쓰며 무슨 기억을 더듬으며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언젠가 노구연역의 안영주 배우님과 술 한 잔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나이에 비해 동안인 얼굴 탓에, “실제 나이쯤의 배역 오디션을 보면 어려 보여서 안 된다 하고, 조금 젊은 배역의 오디션을 보면,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냐” 라는 푸념을 털어 놓으셨는데...그게 <49년 구연씨>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형님이 가장 행복한 시간과 무대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49년 구연씨>는 제 30대 마지막 습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저와 가깝게, 투박해도 제가 좋아하던 연극의 모습과 닮아지길 바랐습니다. 실제 제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고, 이혼을 했던 경험도 저와 같습니다. 아직은 무명 연극배우라, 구연씨처럼 모든 무대가 떨리고 소중하며, 누군가는 내 모습에 박수를 쳐주기도, 누군가는 내 모습에 따분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힘들었을 때 철수처럼 그냥 시간을 정지하고 살고 싶기도 했고, 영희처럼 지난 시간 따위 쳐다보지도 않으며 앞으로만 달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이유를 저 스스로에게 돌리며, 엉망이었던 시간을 더 진창으로 만들며 살기도 했었습니다. 누구라도 제에게 ‘아직 괜찮아’라는 이 한 마디를 해 주는 것이 너무 소중했었습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연극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연극이란, 놀이터 같은 존재입니다. 멋대로 상상하고, 되는대로 가지고 놀고, 혼자서도 재미있고, 같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더 재미있는. <49년 구연씨> 이야기도 그렇게 놀이터라 생각하며 ‘리얼’이라는 요소는 적당히 배제하며 그냥 그렇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같이 해준 배우들은 저와 오랜 시간 같이 작업했던 동료들이라, 최대한 그들에게 알맞은 성격과 말투, 평소 행동들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무대와 계획은...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기저기 노력을 계속 할 것입니다. 정식 공연은 어떤 무대와 어떤 연출이 들어갈지...글쎄요, 이건 저도 참 궁금합니다.

오롯이 이야기에만 집중했던 작품이라, 이제 천천히 그려볼까 합니다. 꽤 재미있는 무대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공연 전반에 큰 힘이 되어 준 프로듀서 민광숙, 드라마터그 노준영에게 특별히 감사합니다.

2. 시간의 흐름을 독특하게 이야기하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49년 구연씨’ 윤광희 작/연출  /ⓒAejin Kwoun
‘49년 구연씨’ 윤광희 작/연출 /ⓒAejin Kwoun

・윤광희 작/연출

요즘 저를 보면, 그냥 그렀더라고요. 항상 시간의 뒤만 바라보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49년 구연씨’ 철수 역 황현태 배우 /ⓒAejin Kwoun
‘49년 구연씨’ 철수 역 황현태 배우 /ⓒAejin Kwoun

・EP1. 철수 역 황현태 배우

그냥 왠지 사는 게 가벼워지고 마음 편히 여유 갖게 하는 말 아닌가요?

‘49년 구연씨’ 영희 역 박신애 배우 /ⓒAejin Kwoun
‘49년 구연씨’ 영희 역 박신애 배우 /ⓒAejin Kwoun

・EP1. 영희 역 박신애 배우

저도 묻고 싶은 말입니다.

‘49년 구연씨’ 계동수 역 한상훈 배우 /ⓒAejin Kwoun
‘49년 구연씨’ 계동수 역 한상훈 배우 /ⓒAejin Kwoun

・EP2. 계동수 역 한상훈 배우

우리도 늘 그렇잖아요.

‘49년 구연씨’ 노구연 역 안영주 배우 /ⓒAejin Kwoun
‘49년 구연씨’ 노구연 역 안영주 배우 /ⓒAejin Kwoun

・EP2. 노구연 역 안영주 배우

나도 내 담배냄새가 싫습니다.

공상집단 뚱딴지에서 오랜 호흡을 함께 맞춘 윤광희 배우와 노준영 배우가 작가이자 연출과 드라마터그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공연예술창작소 호밀의 배우들과의 만남까지 이어진 작품 <49년 구연씨>는 함께 한 세월의 무게를 서로서로 덜어주고 함께 가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시간 속 고민 가득한 이야기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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