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잔잔한 일상을 이야기로 꾸며 낸다는 것은 때론 큰 사건이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혹 이를 무대 위 연극으로 재구성했을 때 관객들에게 몰입도를 요구하다는 건 더욱 품을 들여야 한다. 꼼꼼한 연출과 더불어 세심한 연기가 필요한 이유다.
작품 '듀랑고'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이민자 1세대로서 어려움과 이민자 2세로서 아버지 세대와 다르게 인생을 보는 이들의 얘기지만, 서울 하늘 아래 우리네 삶과 별 다를 바 없다. 굳이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평범하다는 것이다.
정승현 연출은 2005년부터 극단 작은신화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다가 2018년에 독립하여 연극 단체 "TEAM 돌"을 새로 꾸며 그 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따뜻한 울림과 인간관계를 다루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가슴 따뜻한 얘기를 전달하려 한다.
무대 위에서 여느 젊은 배우들 못지 않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김재건 배우, 영화와 드라마에서까지 감초연기를 뽐내고 있는 이대연 배우, 극단 작은신화 때부터 정승현 연출과 함께 한 박상훈 배우, 세심한 연기로 돋보이는 허진 배우, 개성 있는 매력을 뽐내는 최지혜 배우 등은 정승현 연출과 함께 한 듀랑고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최근 그들을 만나 외양도 훝어보고 속내까지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일문입답.
미국의 사막이 떠오르는 연극 <듀랑고>는 조금은 헛헛하기도 또 어떤 점에서는 삭막함까지 살짜기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재미교포 아버지와 한국계미국인 아들들 사이의 거리는 안타깝지만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고, 20년이 넘게 미국이라는 곳에서 살았지만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는 아버지 세대의 슬픔은 어쩌면 그 나이대 분들 모두의 슬픔으로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정체성과 아들 세대의 정체성 충돌의 해결점이 조금은 명확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여운이 깊은 듯합니다. 그리고 ‘가지’ 이후 사막 3부작이라 불리는 줄리아 조의 희곡 듀랑고의 연극은 캐스팅 또한 신의 한 수라 여겨집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라지만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지명의 희곡 듀랑고를 무대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정승현 연출 :줄리아 조의 작품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과장되지 않고 솔직한 감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선하고 꾸밈없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 이였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고백을 하기 위한 여정이라 느껴지기도 했던 각각의 캐릭터가 그 세대를 이해하게 될 수밖에 없겠다 여겨지던 작품 듀랑고에서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승현 연출;저는 아이삭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가족이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고, 기대고 싶은 관계이기도 하지만, 가족 안에서 솔직함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제리/네드 허먼 역 김재건 배우; 네드 허먼의 대사처럼 옛날에 선보인 공연의 관객에게 기억된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죠.
-부승 리 역 이대연 배우;부승이 네드를 만나 속내를 털어 놓는 이 대사가 한국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아이삭 리 역 박상훈 배우;아이삭의 현재 상태가 가장 잘 보이는 대사여서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지미 리 역 허진 배우;지미가 가지고 있는 비밀과 부담감의 무게를 이 한마디에서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레드엔젤/바바라 역 최지혜 배우; 레드엔젤의 대사를 할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효도하자! 잘해드리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가족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꺼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극단 TEAM돌의 차기작품 계획과 배우님들의 차후 작품들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정승현 연출; 9월 중순에 “인피니트 에이크”라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재건 배우;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천승세 작, 심재찬 연출의 “만선”에 출연합니다.
-이대연 배우;2월 초에 열릴 윤광림 신작 희곡 낭독극을 준비 중입니다.
-박상훈 배우;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허진 배우;4월 5일부터 18일까지 성수아트홀에서 공연되는 김혜리 연출님의 “JUNGLE”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최지혜 배우;5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는 허선혜 작, 김미란 연출의 “영지”에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