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우정을 찾아가는 이야기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지난 2월 6일부터 9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청소년들의 대립과 결핍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세상과 만나는 인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함을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취향으로 심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과외모임 엄마들의 과도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이 얼굴이 모자이크 된 채로 올라오고, 준호는 그것을 올린 사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체육 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했던 희주가 준호의 사진을 빌미로 체육 수행평가 과제를 함께 준비하고자 제안한다. 준호와 희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의심과 의혹을 받게 된다.
2015년에 발표된 작품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올해 벌써 4번째 공연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매 번 공연이 진행될 때마다 섬세한 세심함이 더해지며, 작품의 결을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독특한 취향을 갖은 십대 아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를 써 내려간 박찬규 작가는 아이들은 자신을 받아줄 세상이 그렇게 공정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걸 느낌적 느낌으로 아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그런 현실 인식은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인다. 또한 무심코 지나쳤던 십대 친구들을 한 번 더 살펴보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였다.
버티며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존재들이 대견하게 느껴지며, 어른들이 만든 그 길이 틀린 길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전인철 연출가는 이 연극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을 제도 안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 일반적으로 좋다고 말하여지는 것들, 쉽게 말하면 부모나 선생님들이 말하는 세상 잘 사는 법 등의 틀을 벗어날까봐 두려워 죽도록 애쓰며 매달리는 아이와 틀을 벗어나 바깥을 엿본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사회에서 우리들이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사회 안에서 윗세대가 구축해 놓은 틀에 맞추려 하는 것은 세대를 불문하고 ‘인정’ 받고 싶다는 기본적 욕구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한 ‘인정’에 대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현대의 대표적인 학자는 바로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이다. 호네트는 헤겔의 낡은 인정 개념을 재구성하여 독창적인 인정 이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인간의 주체성 형성(긍정적-실천적 자기관계)에서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캇(Donald W. Winnicott)의 대상관계이론을 활용하여 ‘사랑, 권리, 연대’의 세 가지 인정 형태와 함께 ‘폭행, 권리의 부정, 가치의 부정’의 세 가지 무시 유형을 보여준다.
자아실현은 언제나 타인의 인정을 근간에 두기에, 공고한 정체성의 확립에 있어서 공고한 인정이 먼저 요구된다. 그리고 바람직하고 공고한 인정관계는 정의로운 사회가 확립되어야만 한다. (악셀 호네트 저 “인정투쟁” 발췌) 그렇기에 이 작품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우리의 노력과 관심으로 청소년들을 안아줄 뿐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며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