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신체가 교차하는 에너지로 극적 상징성을 표현하며 미래와 SF적 이야기에 리얼리즘을 부여한 연극 <우주고 가고 싶어했었으니까>는 소리, 조명, 무대가 어우러져 배우의 세밀한 감정선을 그림자와 함께 보여주는 신체언어가 스며들어 새로운 연극을 만나게 해 주었다.
무대언어의 확장으로 극에 역동성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한 연극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는 전혜진, 김동식, 박민재 세 명의 작가의 소설을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무대 언어로 각색하였다. 이 작품은 신진호 연출가만의 색깔 뿐 아니라 배우들이 개성 또한 뚜렷하게 드러났다. 극단 비밀기지(구 종이인간)만의 독특한 신체언어와 리듬이 도드라졌던 작품의 배우들 또한 한 명 한 명 모두 매력이 가득했기에 그 감동의 여운이 더 길어진 듯하다.
신선함이 가득한 작품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를 함께 만든 이들과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작품에 대한 감동을 다시 기억해 보려 한다.
극단 비밀기지와 신진호 연출님의 색이 정말 잘 드러난 작품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는 이야기와 무대, 연기가 정말 절묘했습니다. 이전작품 "동네3-운명의 요구"와 "아웃팅" 뿐 아니라 호시신이치의 "나는 살인자입니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SF 미래사회와 디스토피아를 상상을 초월한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기까지 연출님과 작가님들, 배우들과의 작업이 어떠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진행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 신진호 연출 ; 이전 작품들에서 가상세계를 다룬 것이 이번작품을 한 것에 굉장히 용이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는 살인자의입니다’를 연출하신 전인철 연출님은 ‘2019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멘토로 저와 1년 동안 같이 고민해 주신 덕분에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동식 작가님과 전혜진 작가님 그리고 박민재 작가님의 작품을 팀원들과 같이 각색하며 또 연출로서 대본을 준비해오면서 무대화를 하는데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오히려 소설 각색이다 보니 보다 더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의 시작은 ‘연극 안에서 좀 다른 것을 해보면 어떨까?’ 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연극적으로. 독창적으로. SF 과학적 새로움 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사건들을 기존에 없던 내용과 형식을 기반으로 은유적 표현에 힘썼습니다. 또한 미래 세계를 시작으로 우주까지의 확장을 보면서 동시대의 우리는 어디까지 상상하고, 경험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예견하고 있는지를 공연을 통해 시각화해 보았습니다.
소설 창작의 기초 토대로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텍스트에 대한 해체의 과정과 배우와 창작자들이 자유로운 사고로 작품을 바라보게 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미래일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저것은 미래일까?’라는 생각으로 공연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극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재난과 같은 상황에서도 관람하러 와주신 관객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공한식 음악감독 ; 최대한 배우들이 ‘SF란’ 장르 속에서 자신들의 연기적 상상력과 움직임, 미래의 시간, 공간의 상황들이 잘 발휘 될 수 있도록, 작곡 작업을 통해 음악과 음향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음악과 음향이 돋보이기 보다는 작품 전체가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작업하였던 것 같습니다.
- 유독현 배우 ; 작업을 시작 할 때의 소감은... 몇 가지가 있을 듯합니다.
우선 하땅세와의 작업만 하던 제게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서의 작업은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적게는 7살부터 많게는 20살 까지 차이 나는 배우들과의 작업에 낯설음이 있었습니다.
작품적으로는 SF하면 들어오는 익숙한 생각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거기에 파묻히지 않고 연극성을 살리며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이호 배우 ; SF라는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장르를 관객들에게 와 닿게 하기 위해 연습 시작 후 몇 주간은 테이블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AI나 의식 업로드, 로봇 등에 관련한 자료들을 각자 찾아오기도 하고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맞이할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이 색다르고 재미있었습니다.
- 조수연 배우 ; 처음엔 많이 낯설었던 것 같습니다. SF라는 것은 보는 것을 좋아했을 뿐,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제가 직접 연기하고 특히 무대 위에 구현해낸다는 것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아이디어를 낼 때에는 알고 있는 전문 지식 자체가 너무 적고, 생각도 잘 나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시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보며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다 보니,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그동안 우리가 찾고 있었고, 알고 있었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구나’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만 느껴지던 분야에 대해 공감을 시작하게 되니 그 뒤부터는 상상하는 것 하나 하나 더 재미있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배우 분들, 연출님, 스텝 분들과 초반부터 다져왔던 과정들이 두터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여주며, SF적인 이야기가 사실감을 입혀준 배우님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 신진호 연출 ; 극단 비밀기지의 배우들은 3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연극센터 ‘PLAY-UP 아카데미 연출수업’에서 최호영 연출을 만나서, 배우로 작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극단 하땅세에서 진행한 ‘차세대 연출가&무대미술가 창작촉진 네트워크’에서 유독현 배우님과 연을 맺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혹은 주위에서 추천해준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됐는데 어려운 지점도 분명 있었지만, 그렇기에 서로서로 배려하면 공연에 참여 할 수 있었습니다.
- 안현정 배우 ; 지난해 11월 말에 '나의 외국어 분투기' 라는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 때 마지막 공연을 호영 배우님이 보셨는데, 진호 연출님에게 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연출님을 만나서 연기를 보여드리고,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SF소설을 좋아했는데 그걸 연극으로 만든다고 하니 어떻게 공연 화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많이 됐었습니다. 모든 게 짜인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채워가는 작업이라 더 흥미롭게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 유독현 배우 ; 2019년 극단 하땅세에서 진행한 ‘신진연출가를 위한 워크숍’ 에서 처음 신진호 연출을 만났습니다. 이후 신 연출이 아르코대극장에서 했던 “그때, 변홍례”라는 작품을 보러 왔고 저와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워크숍에서 만났을 때 신 연출과 작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로의 바람이 이루어진 거죠. 운명이었을까요? 그 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제게 연락을 했고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 조혜안 배우 ; 저는 작품에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희곡을 처음 읽었을 때, 의미 있고 너무 좋은 작품에서 매력적인 역할을 맡게 되어 그서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그녀, 안드로이드’를 보며 언젠가 AI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어 재미있게 연기 했습니다. 극의 마무리를 하는 ‘옴팔로스’에도 대사 하나하나 너무 예쁘고 마음이 담겨있는 극이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 최이레 배우 ; 저는 신진호 연출님의 이전 작업 낭독극 ‘환한 밤’에서 배우로 참여했었습니다. 그 이후 연출님과 텍스트에 움직임을 결합하는 스터디를 함께 했었고, 그 인연으로 연출님께 제안을 받아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는 저의 대학로 데뷔작이고,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공연이기에 저의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 정말 기쁘면서도 많이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또 제가 연기를 시작하고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아르코 예술극장을 보며 ‘나중에는 여기서 꼭 한번 공연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에게 생각보다 빨리 이 극장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정말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작업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기회 주신 연출님, 같이 땀 흘리며 연기했던 배우 분들, 열심히 같이 작업 해 주신 스텝 분들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 최호영 배우 ; 미래사회와 SF라는 장르가 기존의 연극에서 흔하지 않은 신선한 소재여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이 있었기에 함께 작업하게 되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연출가로만 활동했고, 너무 오래간만에 배우로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한성현 배우 ; 과거에 ‘햄릿연습’, ‘동네3’ 등 신진호 연출님과 함께 극단 비밀기지에서 작업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이번 차세대 열전 작업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같이 작업하던 극단 단원들 없이 외부 배우 분들이랑 처음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너무 설렜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 작품에서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 신진호 연출 ; ‘바이센티니얼 비블리오필’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저는 연극을 하면서 항상 이런 고민을 많이 하면서 연극을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지금도 그 대사 가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 안현정 배우 ; ‘바이센티니얼 비블리오필’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사는 게 뭘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이 세계에 왜 나타난 것일까요?
제가 안다고 생각 했던 것들은 어느 새 잘 모르겠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그래서 이 말이 제일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 유독현 배우 ; ‘바이센티니얼 비블리오필’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단순명쾌하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를 보여주는 대사라 생각 됩니다. 인간 고유의 것을 가치 있게 여기고 지키려는 황재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편한 것만 찾는 현 세상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울림을 주는 대사라 생각 합니다.
- 이호 배우 ; ‘퀘스트 클럽’에서 B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마지막 대사로 B가 퀘스트를 수행하며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나서 그 다음 보상을 궁금해 하며 말하는 대사입니다. 처음 퀘스트를 받았을 때의 B와, 마지막 퀘스트를 받았을 때의 B의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대사인 것 같아 선정하게 됐습니다.
- 조수연 배우 ; ‘Uninstall’에서 주영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저는 이 에피소드에서 주영의 조카인 효리 역을 맡았는데요, 효리 입장에서 말문이 막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순간이라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의식 업로드를 통해 말하고 있는 이 인물이 과연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조혜안 배우 ; ‘옴팔로스’에서 두나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옴팔로스의 시작과 끝이 담겨 있는 대사이자 전체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인상 깊습니다.
- 최이레 배우 ; 저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바이센티니얼 비블리오필’에서 황재윤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제가 연기했던 ‘퀘스트 클럽’, ‘언인스톨’의 고모, ‘옴팔로스’의 두나, 그리고 또 <우주에 가고 싶어했었으니까>의 다른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면서 ‘왜 인간은 이렇게 힘을 들여서 무언가를 꼭 이뤄내려고 할까?’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게 만든 말이었기 때문에, 이 대사가 저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 최호영 배우 ; 첫 번째 에피소드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에서 재윤 역으로 제가 했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극 시작에 AI(인공지능)이 한번 말하고 극 마지막에 황재윤이 하는 말입니다. 이 대사가 작품 전체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예술(연극)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 한성현 배우 ; ‘라이카&라이카스’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인간은 늘 사랑받고 싶어 한다. 과연 그게 본능일까? 라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입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 유독현 배우 ; 현재 계획대로라면 5월에 ACC에서 ‘시간을 칠하는 사람’을, 6월에 대학로예술극장소극장에서 ‘위대한 놀이’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이호 배우 ; 아직 예정된 차기작은 없습니다. 좋은 기회로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또 다른 좋은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작업자들과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 조수연 배우 ; 3월 5일부터 7일까지 공연하는 두산아트랩 연극 ‘Ciphers-암호문’을 연습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조혜안 배우 ; 3월 5일부터 7일까지 공연하는 두산 아트랩 연극 ‘Chipers-암호문’에 참여합니다.
- 최이레 배우 ; 앞으로 예정된 작품은 아직 없습니다. 저는 아직 학생 신분이라 지금은 학교생활 하면서 연기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 최호영 배우 ; 3월에 두산아트센터에서 올라가는 두산아트랩 창작자 신진호 연출의 연극 ‘CIPHERS-암호문’ 이라는 작품의 드라마터그로 참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