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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재⑧ 작품 속 사람들]생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는 "조선궁녀연모지정"의 김성진 연출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3/04 03:15 수정 2020.03.04 04:25
“실망과 근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는 철학이나 유머에 의지하는 것이다” - 찰리 채플린 -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20세기 최고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웃음으로 바꾸어 세계를 사로잡았다. 우리는 유머를 통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서 불합리한 것을 본다. 또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본다. 한편 유머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고양하고, 우리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유머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부침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며, 엄숙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 드러낸다.(찰리 채플린 저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발췌)

코로나19의 빠른 전염성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치료와 민생안정의 고민에 전심을 다하고 있다. 그렇게 그 누구도 힘들지 않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려는 이들이 있다.

어설픈 위로나 충고 따위 없이, 바보 같은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 <조선궁녀연모지정>은 관객들에게 유머를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극이다. 그렇게 진지한 고민 속에서 ‘인생의 부침’을 견뎌내게 만들며, 생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성진 연출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그들은 백조의 날개짓을 보여주며 물 속에서는 물갈퀴를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김성진 연출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뒤의 고뇌들이 보이는 듯하다. /ⓒAejin Kwoun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그들은 백조의 날개짓을 보여주며 물 속에서는 물갈퀴를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김성진 연출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 뒤의 고뇌들이 보이는 듯하다. /ⓒAejin Kwoun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의 시간 속에 판타지를 가미하여 풀어낸 무대는 너무나 즐거웠고 끝이 나는 게 아쉬운 느낌을 안겨주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를 독특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 <조선궁녀연모지정>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무대 위에 풀어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2년 전인 2018년, 극발전소301이 은평구상주단체로 선정되어 은평구를 주제로 연극을 만들어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극발전소301 소속으로 해당 작품의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고, 은평을 소재로 글을 쓰기 위해, 은평을 취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이말산을 발견하게 되었고, 일반 시민도 쉽게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걷기대회 코스로 지정될 만큼 흔한 산인데도 불구하고 묘역길이 있다는 점, 비석들과 무덤들이 관리가 안 되는 점, 내시와 궁녀들의 무덤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하여 이말산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연을 알 수 없는, 심지어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궁녀와 내시들의 무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녀와 내시의 사랑, 그 깊은 사연에 대하여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탄생된 작품은 <이말산에 핀 상사화>라는 제목으로 은평구에서 올라갔었고, 이후 <조선궁녀연모지정>으로 이름을 바꾸고 작품내용도 보완하여 낭독극으로, 그리고 이번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본 공연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후반부에 연출된 '극 중 극 사연 씬'입니다. 앞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다련과 연화에 대한 사연을 언급했지만 이것이 대사로 풀어지지 않고 극으로 무대 위에서 풀어지는 부분이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극 중 극 안에서도 특히나 대연이 자신의 전생인 다련을 대역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 부분이 관객들로 하여금 대연이 다련의 환생이라는 것을 대사가 아닌 상황으로 풀어주는 부분이이기도 합니다.

인연의 힘으로 구천을 떠도는 캐릭터들에 대해 서술하고 연출하며, 평소에 생각해 왔거나 작품을 진행하며 생각해 봤을 '인연'과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해주세요.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진 깊은 관계로, 그것이 사후세계와 연결되었을 때는 전생에 대한 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아무도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혹은 증명되지 않은 전생에 대한 연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연을 애틋하게 여기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인과 인의 연에 대하여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여깁니다. 과거의 연, 그러한 인연이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인간에게 사후세계가 어떠한 세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 모두는 당신을, 너를, 또는 우리 근처에 있는 누군가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계속해서 더욱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통통 튀는 연기들이 누구 하나 튀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 속에서 연출님이 가장 인상 깊게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전 `상사화,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 꽃이 피지 않아 서로 볼 수 없다고. 그게 우리의 모습인가 하여, 수백 년간 우리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꽃은 나에게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이 대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그 이유는 극 중 여주인공 연화가 자신의 사연을 꽃에 비유하여 운명이라 인정하는 부분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져서입니다.

지금 공연계는 모두가 다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음에 대한 준비는 모두가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연출님의 다음 작품 활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우선 이 작품 <조선궁녀연모지정>을 춘천연극제에 출품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선돌극장에서 올려질 “두 인간(가제)”를 준비 중입니다.

"조선궁녀연모지정"을 함께 만든 사람들 |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볼 수 있는 이들은 배우들 뿐이다. 하지만 배우들만으로 무대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Aejin Kwoun
"조선궁녀연모지정"을 함께 만든 사람들_김성진 연출과 배우들, 그리고 조명오퍼레이터 김광훈, 조연출 유명진 |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볼 수 있는 이들은 배우들 뿐이다. 하지만 배우들만으로 무대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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