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2011년 창단된 극단 종로예술극장의 마지막 공연 “리더스”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종로예술극장에서 아쉬운 ‘안녕’을 고한다. 연극 “리더스”는 극단 대표 성천모 연출이 쓰고 연출을 맡아 2014년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작년 3월 더욱 발전된 모습의 “리더스-READERS”로 관객과 함께 하였다.
100년 전 시리아에서 생전 처음 연극을 본 관객들이 현실과 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역을 때려눕힌 후 주인공을 구해 극장 밖으로 나가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시리아 최초의 연극을 공연한 깝바니와 동료들은 연극에 대한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지만 반면에 대중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연극은 금지되고 만다. 연극이 금지된 이후 이들은 깝바니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우화적이고 외설적인 그림자극을 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지만 연극 금지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그들은 관객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한다. 비밀경찰의 감시 속에서 긴장감 가득한 책 읽기가 시도되는데...
covid-19 이후 공연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만 하게 되었다. 다중이용시설을 찾아오는 관객들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해졌다. 또한 왜 이렇게도 힘든 속에서 연극을 위시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나려 하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 “리더스”에서 배우들은 극 중에서 또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형’이라는 억압 앞에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연극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있다. 어쩌면 ‘배우의 피가 끓어오른다’는 말처럼 뜨거운 피 속에 그 해답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배우와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찻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퍼포먼스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영혼의 목소리를 들은 듯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어서 연기를 해야만 한다면, 그 배우의 연기를 만나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무엇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적고, 공연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일까?
그리스어인 ‘카타르시스(katharsis)’는 영혼의 고양이다. 비극적이고 부정적인 체험 속에서 무력함을 느낄 때 인간은 이성의 구속조차 끊어지게 되지만, 그 찰나일 시간 속에서 초월을 경험하며 불안, 우울, 긴장 등 응어리진 감정이 풀리고 마음은 정화의 과정을 거친다.
공연을 만드는 배우를 위시한 창작진들 및 제작진들과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은 공연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활력 뿐 아니라 사상과 철학을 마주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그 둘은 따로 볼 수 없이 맞닿아 있다.
힘든 시기에 종로예술극장이라는 한 켠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지만, 극단 종로예술극장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오래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이 준비한 마지막 공연 “리더스”에서 만난 그들의 가슴의 불꽃은 절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