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심청전을 새롭게 창작한 극 “달아 달아 밝은 달아”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제 41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놀람을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한국의 전통적인 이야기 '심청'을 상상하고 극장에 들어선 이들에게 새롭게 창작된 '심청의 잔혹설화'는 차갑고 원시적인 폭력을 통해 비정한 현실을 극대화시키며 낯설고 강렬한 고통스러운 꿈을 느끼게 만들었다.
심청의 바닷속 용궁은 더 이상 꿈과 환상의 세계가 아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잔혹한 운명에 짓밟힌 심청에게 어떤 구원도, 자비도 주어지지 않는다.
늙고 눈먼 심청은 거리를 헤맨다. 놀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꾸며낸 ‘도화동 동화’를 들려준다.
소설 ‘광장’의 최인훈 작가에 의해 재창작된 작품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의 역설적인 제목부터 사실 ‘잔혹동화’를 상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반적으로 ‘효’를 이야기하던 고전적인 이야기 심청에서 그러한 잔혹함을 떠오르기는 실상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동화를 위해 각색되어진 ‘그림동화’가 실은 잔인하거나 외설적인 이야기가 여과 없이 실린 어른을 위한 작품이었다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의 문화적 충격을, 이번 작품 역시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여과 없이 느끼게 만들어 준다. 고전을 훼손했다는 평을 과거에 들은 바 있던 이번 작품은 또다시 성적 묘사 및 성감수성에 많은 비판을 들었지만, 심청의 고난과 고통을 너무나 아프게 느낄 수 있던 장면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가 같을 순 없을 듯 싶다.
인류 문명의 진화사를 한두 시간 동안 막이 올랐다가 내려가는 사이에 환상의 세계에서 재구성하고 자각해서 10만 년을 한 10분 정도로 압축해서 살게 해 주는 장르가 연극인 것 같다 이야기하는 최인훈 작가와 40년 전 작가가 겪은 상처를 오히려 선물로 받아들이며 정제된 시적 대사와 지문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무대를 꾸며낸 윤광진 연출은 비정한 현실을 더욱 비정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슬픔과 분노를 온 몸으로 받아낸다.
“청청 미친 청, 청청 늙은 청”
느끼는 대로 가감 없이 표현하기에 더욱 차디찬 비수로 꽂힐 수밖에 없는 반복되어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말은 또 다시 관객에게 비수처럼 다가온다. 사회 속 폭력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이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이태백이 놀던 달에 천년만년 양친 부모와 함께 살고 싶던 전래동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가 더욱 슬프고 아프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