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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ODAFE 2020 ㉙] 도구 속에 전복된 인간성의 아픔을 한편의 영화처럼 그려낸, 툇마루 무용단의 “Homo Faber-After Mankind”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6/04 14:00 수정 2020.06.04 16:49
Center Stage of Korea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 자연과 어울러 함께 하던 인간은, 자신이 만든 건물 안 어슴프레한 빛만이 들어오는 속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안무가들을 소개하는 모다페의 프로그램 ‘Center Stage of Korea’가 지난 2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했다.

순수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적 정서를 현대무용에 접목함으로써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세계무대에 진출함을 목적으로 창단된 툇마루 무용단은 우리나라 현대무용계의 커다란 발전을 이끌어왔다. 독특한 실험정신과 새로운 스타일은 동서의 공통점을 지향하려는 강렬한 창작 의지로 한국적인 현대춤의 언어로 우리 춤의 세계화를 선도해왔으며, 관객이 쉽게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에 다가설 수 있도록 대중화를 주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이 가진 자유롭고 진취적인 창작성을 보여주는 것이 툇마루 무용단이 지향하는 예술목표로, ‘가을’, ‘겨울탱고’, 해변의 남자‘ 등 일련의 댄스싸이클을 통해 그 성과를 보여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품 “Homo Faber-After Mankind”의 안무가 김경신은 ‘Unplugged Bodies Company’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으로 국내무대를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독창적인 움직임과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리허설 사진 |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컨베이어 벨트 위 인간들은 스스로 도구화 되어 간다.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컨베이어 벨트 위 인간들은 스스로 도구화 되어 간다. /ⓒAejin Kwoun

안무가 김경신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호모(Homo)’ 시리즈 중 하나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 본연의 본성(유희하는 인간, 음악,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등)을 움직임과 연계하여 풀어내었다. “Homo Faber-After Mankind”는 지난 1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발표된 원작 ‘호모파베르’를 베이스로 주요장면을 발췌하여 재구성한 작품이다.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AI가 개발되고 인간은 자신의 주체적 삶과 존엄성을 상실해 간다. /ⓒAejin Kwoun

선 움직임 후 음악작곡을 거치며 안무를 진행한 작품 “Homo Faber-After Mankind”는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어휘를 덧씌우며 관객들을 스토리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리허설 사진 |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도구들은 처음의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이고, 전쟁이나 살상의 도구로 악용되며 전복되었다. /ⓒAejin Kwoun

이 작품에는 크게 2가지 형태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안무가 김경신은 작품 전반에 걸쳐서 반복되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진혼곡 ‘라크시모사’는 단독으로 또는 다른 음악과 믹싱이 된다거나 부분적으로 재생되며 작품전체를 아우르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의도한 인간의 역사를 그려냈다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3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안무가 김경신이 직접 작곡하고 영국인 무용가 딕슨 MBI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만들어진 음악은 도구의 인간이 진화하며 문명사회에 남긴 흔적들을 언어가 담긴 음악에 녹아내었다.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 하이얀 선을 긋고 있는 그는, 어떤 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새로운 시작을 위함일까? /ⓒAejin Kwoun

인류의 진화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 활용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도구와 눈에 보이지 않는 도구로 나뉘어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물질적인 도구와 심리적인 도구를 통해 진화해 온 인간의 모습을 움직임으로 접근하여, 도구를 활용해 인간 자신을 진화시키는 또한 유형의 도구를 통해 무형의 진화를 만들어내는 인간 ‘호모 파베르’를 담아낸 이번 작품은 소품과 조명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무용수 한 명 한 명이 무언으로 연기를 펼치는 듯한 느낌을 주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리허설 사진 /ⓒAejin Kwoun

HOMO 시리즈 첫번째 작품은 작년 모다페 폐막 공연에서 선보인 '놀이의 인간 - Homo Ludens'이었고, 마지막이 될 세번째 작품은 '놀이할 줄 아는 인간이 사피엔스를 지배할 날이 올 것이다'는 명제로 'Homo'와 'Sapiens'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지어진 제목 "Homo Lupiens"가 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인간과 도구 속에 전복된 인간성의 아픔을 그려낸 김경신 안무가의 다음 작품은 제목부터 즐거움과 미래가 가득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껏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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