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서울연극제 참여작으로 기회불평등에 대한 기발한 한탄, 한 청년의 각본 없는 사기극 “만약 내가 진짜라면”이 드림플레이 테제21만의 색깔로 관객들과 함께 무대에서 웃픈 현실을 마주했다.
지식청년 리샤오장의 거짓 신분은 죄를 죄가 아닌 것으로 만들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연극 한 편을 보기 위해서 시작한 리샤오장의 거짓말은 그렇게 원하던 도시 복귀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한편 리샤오장이 여자친구 저우밍화의 아버지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만든 가짜 마오타이주는 제각각 자신들의 상관의 환심을 사려 했던 관료들의 손을 거쳐 더 고위 계층에게 전달되고, 종국엔 아이러니하게도 리샤오장의 손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만약 내가 특권층이라면, 인맥과 편법은 결코 불법이 아니라, 언제나 합법이다.”
원작 희곡은 실제 중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극작가 사예신이 감옥으로 찾아가 직접 청년을 인터뷰하고 집필한 것이다. 1979년 내부 공연으로 상연된 초연 당시 중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출판된 희곡이 널리 읽혔으나, 본 공연은 중국 본토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금지된다.
사예신의 희곡 “내가 만약 진짜라면”은 19세기 러시아 사회 고골의 “검찰관”과도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지금 21세기 한국 사회와도 이어져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자유경쟁주의 자본주의 사회 뿐 아니라 평등을 부르짖는 공산주의 사회 또한 사람이 사는 사회인지라 힘의 저울에 따라 내가 서는 위치가 달라짐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죄의 유무와 처벌 또한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리샤오장의 사기극은 '하얀 거짓말'로 느껴지고, 오히려 응원해 주고 싶어진다.
"지는 편이 우리 편이다."
tvN 드라마 "화양연화"에서의 대사가 떠오르며, 리샤오장이 사기극의 가해자이자 원고보다는 잘못된 사회의 피해자로 더욱 다가오기에 그의 편이 되어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