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씁쓸하지만 유쾌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는 연극 "환희 물집 화상"이 지난 달 30일 막을 내린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에이버리 역을 연기한 이지혜 배우가 연기상을 수상하며 관객의 열렬한 반응에 이어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캐서린과 그웬. 둘은 졸업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꿈을 위해 떠난 캐서린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그웬 그리고 그들 사이의 던. 시간이 흘러 유명 교수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에 잠시 고향으로 돌아와 강의를 개설하지만 수강자는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 에이버리 단 둘 뿐.
수업이 진행될수록 캐서린과 그웬의 서로 갖지 못한 삶에 대한 갈망은 두터워지고 진정 자신들이 원했던 삶이 무엇이었는지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시작된 서로의 '자리 바꾸기 게임'.
2013년 퓰리처상 연극 부문 최종 후보 지나 지온프리도의 희곡을 우리나라의 무대로 가져온 이 작품은 미국에서 시작된 최초의 여성해방운동부터 1960~70년대 급진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욕망과 도착을 다루는 현대의 페미니즘까지의 흐름을 강의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한다.
다른 시기를 살아온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페미니즘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이번 작품에서 그들은 각자가 굳게 믿어온 신념의 기반이 흔들리고,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행동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행동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지고 진정 자신이 원하던 삶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기 시작하는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보는 이들마다 살아온 물리적 시간과 거쳐왔을 경험의 무게에 따라 저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들게 만들던 이번 작품은 관람 이후 저마다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많은 대화가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여성이 무엇이고 무엇일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확장하게 해 주었습니다. 생물학이 우리의 사회적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 즉 생물학이 우리의 정치적 자유,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모두가 반박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 주디스 버틀러 -
2012년 아도르노 상 수상 이후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가장 실천적이고 가장 핫한 동시대 이론가 중 한 명인 주디스 버틀러는 한국의 페미니즘 터프(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생물학적 여성만을 범주에 넣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단호하게 반대한다. (한국일보 2020.6.1. 주디스 버틀러 "페미니즘은 결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지 않는다." 기사 발췌)
'페미니즘'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지도 않다. 과학적 사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그 동안 진실이라 여겨지던 것들이 무너지기도 하는 현실에서, 단순하게 0과 1만이 존재하는 컴퓨터 속 세상보다 훨씬 복잡미묘한 인간의 심리와 생각들에 대해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될 없을 것이다.
내일이 있어 우리의 삶은 더 근사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기에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