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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낭만적 여운, SF로맨스 연극..
문화

사랑의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낭만적 여운, SF로맨스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6/08 16:32 수정 2020.06.10 12:02
무대사진 | 배우와 관객이 모두 떠난 뒤 파아란 조명 속 무대에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지구 모양 모형과 흐트러진 의자들이 여운을 더해준다. /ⓒAejin Kwoun
무대사진 | 배우와 관객이 모두 떠난 뒤 파아란 조명 속 무대에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지구 모양 모형과 흐트러진 의자들이 여운을 더해준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무한한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 독창적으로 변하는 시공간 속에서 우주 속 하루살이 같은 인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관객들에게 두근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게 만들며 아쉽고 아쉬운 막을 내렸다.

공연사진_나(김민하)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공연사진_나(김민하)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광속으로 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시대. ‘나’와 ‘당신’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당신’은 다른 별로 이주하는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알파센타우리에 다녀와야 하는데, 지구 시간으로는 9년이나 걸린다. ‘나’는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다림의 배”를 탄다. 상대성 원리에 따라 우주에서 두 달만 보내면, ‘당신’을 만나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나’는, 두 달간 태양계를 광속으로 여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항해하는 동안 사소한 사고가 이어지고 기다림의 시간은 걷잡을 수 없는 크기로 흘러간다. 우주 한복판에서 떠도는 ‘나’가 ‘당신’에게 연락을 취할 통로는 오직 편지뿐이다. 소설은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는 긴 시간과 기다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연사진_나(안병식) | 시간이 지연될지언 정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흘러 '나'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간다.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공연사진_나(안병식) | 시간이 지연될지언 정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흘러 '나'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간다.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무대 위는 거울에 비치는 까만 우주 같은 공간 속에서 파란 빛만이 아스라이 비추고,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나이를 먹는 ‘나’ 두 배우가 시간의 흐름을 연결하며 ‘당신’과 함께 다른 시간과 공간의 우주를 유영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공연사진_당신(유은숙) | '나'를 기다리기 위해, 동면선으로 옮겨 탄 '당신'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당신'은 그대로이다.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공연사진_당신(유은숙) | '나'를 기다리기 위해, 동면선으로 옮겨 탄 '당신'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었지만 '당신'은 그대로이다. /ⓒ이강물(제공-극단 돌파구)

금세라도 만날 듯 한 두 사람은 작은 사건사고들로 인해 오히려 점점 더 멀어져가고, 기다림의 시간 동안 ‘기다림’ 외에는 인생의 목표가 없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의 흐름 속 삶에 의문을 가질 새도 잠시 뿐,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더욱 많고 많은 우주 속에서 지구와 인간이 스러져가는 사건들은 인생의 목표 또한 무상하다 느끼게 만든다.

빛의 속도로 시간을 역행하는 것이 가능해진 때, 그들의 연락수단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편지’이다. 이 작품을 각색하고 연출한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연출은 소설 속 남자의 편지를 ‘골든 레코드’처럼 언제 어디에 닿을지 모르는 인류의 간절한 목소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또한 공연 중 사용되는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는 ‘지구의 속삭임’ 제작자들이 지금도 은하계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을 보이저 호의 ‘골든 레코드’에 넣고 싶어 했던 음악이라 말하는 그의 심정은 공연 이후 감정의 곱씹음 속에 진하게 공감된다.

일본의 SF 소설가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무대화한 “나는 살인자입니다” 이후 또다시 과학과 연극의 만남을 자신만의 색깔을 진하게 입혀 무대를 마주한 관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안겨준다. 그들의 무대는 과학을 알면 아는 만큼 재미있고, 몰라도 극을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과학과 예술의 경계 없이 한데 어우러진 이야기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며

한 사람을 위한 일은 우주를 위한 일이고

한 사람을 위한 선물은 우주를 위한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이 글이 당신께도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으며.“

공연을 마친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유은숙 배우 |  너무나 실감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과 호소력 있는 말투로 관객들의 심금을 진하게 울렸다. /ⓒAejin Kwoun
공연을 마친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유은숙 배우 | 너무나 실감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과 호소력 있는 말투로 관객들의 심금을 진하게 울렸다. /ⓒAejin Kwoun

한국 팬들이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의 독자들까지 감동시키고 있는 김보영 작가는 팬들의 프러포즈용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원작의 마음을 끄는 힘과 원작과는 또 다른 연극적 상상력과 함께 사랑의 특별함을 찾아 떠나는 낭만적 여운을 경험하게 해 주는 작품 “당신을 만나고 싶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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