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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희생자 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문화

아픈 희생자 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고기 잡이 배 - 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6/18 01:04 수정 2020.06.18 08:59
공연 사진 /ⓒAejin Kwoun
공연 사진 | 무대를 꽉 채운 21명 배우들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관객들에게 에두르지 않고 곧바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21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서 연기를 펼치며 '하드보일드 펑키 리얼리즘'으로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채워 나가고 있는 연극 "고기잡이 배 - 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이 지난 5일부터 28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6년 남태평양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선상 반란' 사건에서 출발한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개성 넘치고 힘 있는 연기를 통해 연극성을 최대한 살리며, 묵직할 수 있는 '인권'이라는 주제를 펑키하고 '병맛'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담아내었다.

2017년 서울연극제에 올라갔던 원작은 2020 올해의 레퍼토리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재상연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단순한 재상연이 아니라 2017년에 하지 못했던 보여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연극으로 만들었다. 

1번 방 어창 2기사 김영춘 역 서진혁 배우 "배에서는 선장이 최고인데, 선장은 한 번 해봐야 할 거 같아요." /ⓒAejin Kwoun
1번 방 어창 2기사 김영춘 역 서진혁 배우 "배에서는 선장이 최고인데, 선장은 한 번 해봐야 할 거 같아요." /ⓒAejin Kwoun
2번방 기관실_기관사 이재강 역 정이재 배우 "문득...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나면 나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더 또렷하게 보게 된다.", 기관장 정창범 역 원완규 배우 "뭐 이까이꺼 항차 두 바퀴만 돌고 다 때려칠까요. 그때까지 살아 있을라나..." /ⓒAejin Kwoun
2번방 기관실_기관사 이재강 역 정이재 배우 "문득...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나면 나를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더 또렷하게 보게 된다.", 기관장 정창범 역 원완규 배우 "뭐 이까이꺼 항차 두 바퀴만 돌고 다 때려칠까요. 그때까지 살아 있을라나..." /ⓒAejin Kwoun
3번방 어창 조선족 노무선원 정동만 역 김준희 배우 "지금 저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배에 잘 적응해보라는 말이지요?" /ⓒAejin Kwoun
3번방 어창 조선족 노무선원 정동만 역 김준희 배우 "지금 저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배에 잘 적응해보라는 말이지요?" /ⓒAejin Kwoun
4번방 노무선원식당 갑판장 신연웅 역 이성원 배우 "밤이 되면 힘을 주었던 주먹을 펴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냐면...나는 비겁하다는 거야.", 2항사 전해철 역 김동림 배우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탔고, 주머니에 돈을 채우고 싶다면 네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잊어." /ⓒAejin Kwoun
4번방 노무선원식당 갑판장 신연웅 역 이성원 배우 "밤이 되면 힘을 주었던 주먹을 펴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냐면...나는 비겁하다는 거야.", 2항사 전해철 역 김동림 배우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탔고, 주머니에 돈을 채우고 싶다면 네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잊어." /ⓒAejin Kwoun
5번방 선장실_선장 이기도 역 정진혁 배우 "양자역학이라고 아시오? 여기서 저기로 같은 양의 에너지가 이사를 가는 것, 그것이 전이라는 거요.", 2갑원 박금동 역 김성태 배우 "그런데 내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됐을까...뭐, 니는 뭐 아는 거 있어...요?" /ⓒAejin Kwoun
5번방 선장실_선장 이기도 역 정진혁 배우 "양자역학이라고 아시오? 여기서 저기로 같은 양의 에너지가 이사를 가는 것, 그것이 전이라는 거요.", 2갑원 박금동 역 김성태 배우 "그런데 내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됐을까...뭐, 니는 뭐 아는 거 있어...요?" /ⓒAejin Kwoun
6번방 국장실_국장 류영진 역 유승일 배우 "정의를 위한 싸움은 특별한 혜택 같은 게 아니야. 권리라구, 권리..." /ⓒAejin Kwoun
6번방 국장실_국장 류영진 역 유승일 배우 "정의를 위한 싸움은 특별한 혜택 같은 게 아니야. 권리라구, 권리..." /ⓒAejin Kwoun
김효배, 윤상현, 한동훈, 이지혁, 김재현, 오일룡 /ⓒAejin Kwoun
7번방 조선족노무선원 침실_이현승 역 김효배 배우 "꿈이니, 희망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들으느 좇으면 우리는 마땅히 그것들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듯이요.", 박수영 역 윤상현 배우 "그게 뭐든 똑같은 짓을 반복해서 처음부터 다 시작하는 것! 그것이 고문 기술의 최고봉이오!", 김희곤 역 한동훈 배우 "사람들이 내가 키가 작다고 놀리는데 말임다. 그 사람들이 바봅니다. 원래 키는 땅에서부터 머리까지를 재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터 하늘까지를 재는 겁니다!", 하태혁 역 이지혁 배우 "여기에 잡았다 놓친 그 수많은 것들이 모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정말 두고만 보고 있을 겁니까?", 김비오 역 김재현 배우 "참치는 말입이다. 밭에서 키운 거 같다 이 말입니다. 누가 매일 물도 주고 김도 매주고 땅도 덖어주고 말입니다.", 서병수 역 오일룡 배우 /ⓒAejin Kwoun
8번방 한국노무선원 침실_오용식 역 강두 배우 "행복하자면 슬픔을 통째로 가져다 바쳐야 기껏 4분도 안 되는 신나는 노래 한 곡이 나오는 거야. 그래서 세상 모든 노래는 다 슬픈 노래지.", 박재호 역 송현섭 배우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면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야. 다만 우리는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모를 뿐인거지." /ⓒAejin Kwoun
8번방 한국노무선원 침실_오용식 역 강두 배우 "행복하자면 슬픔을 통째로 가져다 바쳐야 기껏 4분도 안 되는 신나는 노래 한 곡이 나오는 거야. 그래서 세상 모든 노래는 다 슬픈 노래지.", 박재호 역 송현섭 배우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면 이유가 있어서 그런거야. 다만 우리는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모를 뿐인거지." /ⓒAejin Kwoun
6번방 살롱_조리장 역 임병석 배우 "쉿!", 항해사 여진구 역 이민재 배우 "거짓말에도 한 가닥 정도의 진실이 있다는 거 아나? 이 한 가닥의 진실이 거짓말의 본질인데..." /ⓒAejin Kwoun
9번방 살롱_조리장 역 임병석 배우 "쉿!", 항해사 여진구 역 이민재 배우 "거짓말에도 한 가닥 정도의 진실이 있다는 거 아나? 이 한 가닥의 진실이 거짓말의 본질인데..." /ⓒAejin Kwoun
10번방_1갑원 박성현 역 박태성 배우, 한국 노무선원 봉준호 역 서성영 배우 /ⓒAejin Kwoun
10번방_1갑원 박성현 역 박태성 배우 "우리는 그런 부모에게 그 돌멩이만큼도 가치가 없는 인종이오. 당해도 싸지...", 한국 노무선원 봉준호 역 서성영 배우 "이건 비밀인데요, 비밀은 없다. 그런 말 없어요." /ⓒAejin Kwoun

한 공간에서 함께 사는 '가족'이라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동료'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120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21명 모두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공감한다는 것은 실상 무리일 것이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현학스럽거나 자조적인 대사들은 조선족과 한국노무선원간의 국적 갈등, 한국노무선원간의 돈과 비리, 배신, 양극화 등 많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다. 보편적인 전개를 들어낸 작품 속 배우들은 캐릭터와 일체화되기 위한 노력이 표정과 말투에서 한결같이 느껴지며, 작품의 진심을 전하고 있다.

'Jonathan Roy'의 "Keeping Me Alive"의 노래를 번안하여 배우들의 목소리로 묵직하게 울리는 커튼콜은 장중하면서도 따뜻하게 관객들의 가슴에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 /ⓒAejin Kwoun
'Jonathan Roy'의 "Keeping Me Alive"의 노래를 번안하여 배우들의 목소리로 묵직하게 울리는 커튼콜은 장중하면서도 따뜻하게 관객들의 가슴에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 /ⓒAejin Kwoun

실제 일어났던 비참한 사건을 모티브로 작품을 쓰고 연출한 임선빈 연출은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힘으로 작품을 끌어가며 각자의 사연 속에 이해와 화합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아픈 희생자 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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