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21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서 연기를 펼치며 '하드보일드 펑키 리얼리즘'으로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채워 나가고 있는 연극 "고기잡이 배 - 바다로 간 한국 사람들"이 지난 5일부터 28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6년 남태평양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선상 반란' 사건에서 출발한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개성 넘치고 힘 있는 연기를 통해 연극성을 최대한 살리며, 묵직할 수 있는 '인권'이라는 주제를 펑키하고 '병맛'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담아내었다.
2017년 서울연극제에 올라갔던 원작은 2020 올해의 레퍼토리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재상연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단순한 재상연이 아니라 2017년에 하지 못했던 보여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연극으로 만들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사는 '가족'이라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동료'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120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21명 모두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공감한다는 것은 실상 무리일 것이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현학스럽거나 자조적인 대사들은 조선족과 한국노무선원간의 국적 갈등, 한국노무선원간의 돈과 비리, 배신, 양극화 등 많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다. 보편적인 전개를 들어낸 작품 속 배우들은 캐릭터와 일체화되기 위한 노력이 표정과 말투에서 한결같이 느껴지며, 작품의 진심을 전하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비참한 사건을 모티브로 작품을 쓰고 연출한 임선빈 연출은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힘으로 작품을 끌어가며 각자의 사연 속에 이해와 화합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아픈 희생자 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