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비일상적인 언어와 ‘만화적 미장센’으로 기상천외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조금 특수한 가족 이야기, 연극 “팜 FARM”이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사랑스럽거나 씁쓸할 수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주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오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SF적 상상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인물들과 엉뚱한 순간들이 어지럽게 펼쳐지는 동안 아이는 외롭게 소외된 채 늙어가고 마침내 죽음을 통해 평안을 찾는다.
2019년 10월 ‘FESTIVAL/TOKYO 19’의 메인프로그램으로 도쿄에서 초연, 2020년 6월 한국에서 초연을 진행한 작품 “팜”은 일본의 극작가 마츠이 슈와 한국의 연출가 김정의 협업으로 묘하게 어긋난 관계를 일상의 언어로 위트 있게, 때로는 엉뚱하게 심지어는 변태적인 마츠이 슈의 세계가 강렬한 몸의 언어를 탐구하여 거침없이 무대 위에 풀어내는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만화 같은 색채의 강렬한 신체 언어로 무대 위에 재탄생되었다.
작품 속 디자이너 베이비 ‘오렌지’는 부부의 체세포를 배양해 태어난 유전자조작 아기이다. 보통 유전자조작 과정에서는 우성의 유전자만을 인위적으로 잘라내고 붙여내며 재조합하여 만들기에, 이 아이는 면역계가 남달라 타인 뿐 아니라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해도 잘 자란다. 그래서 누군가의 장기를 자기 몸에 심어 대신 키워주기 까지 하는 '오렌지'같은 이들을 ‘팜 FARM’이라 명명한다.
면역반응이나 유전자가위, 돌연변이 등 유전학 관련 내용은 가상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무대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암세포마저 빠르게 키워내는 ‘오렌지’는 그가 절대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속 내용의 많은 부분이 현재 이뤄진 것들을 보더라도, 실제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도달해 있는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찬찬히 보다 보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인간의 체세포를 배양해 키워내는 것과 자궁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체를 키워내는 것, 이 두가지 경우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똑같은 것일까? 암이 재발한 ‘오렌지’와 제대로 크지 못한 ‘오렌지’의 동생 격 존재는 아픈 열성 존재라고, 그들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단정 지음은 인간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들과 어떤 차이가 있다 할 수 있을까? ‘눈’이나 ‘뇌’라도 남겨놓으면 살아있음이 이어지는 것일까, 남겨진 자들의 아집일까?
유전자 뿐 아니라 인간의 뇌에 대하여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여기지만, 사실 많은 부분에서 불확실한 부분들이 더 많다. 그리고 어떤 발전은 반드시 어떤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을 통해 아프게 배우고 있다. 그러한 지금 우리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서 너무 동떨어져 이기적인 욕심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계 모두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