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세상 속에 발을 내딛는 것초차 쉽지 않았던 여성들이 그 안에서 자리 잡기 위해 마주하는 새로운 싸움을 그린 연극 "돼지떼"가 지난 26일부터 7월 5일까지 얄라리얄라의 색깔로 재탄생되어 산울림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마주했다.
자신의 글과 자신을 공격하는 말들에 쫓기던 조르주 상드는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아멜리는 밥을 얻어먹기 위해 돼지를 치는 고아 소녀이다. 돼지를 잃어버린 아멜리는 돈을 벌어서 돼지 값을 갚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나와버린다. 하지만 돈을 벌 방법이 없어 숲 속의 '말하는 떡갈나무'에서 생활하던 아멜리. 그러던 와중 망가진 가구들을 고치던 여자 목수 소피를 만나고, 아멜리는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아멜리의 삶의 모습이 조르주 상드의 삶과 교차한다.
조르주 상드의 원작 동화 '말하는 떡갈나무'에서 '노동과 자본'의 의미를 깨닫고 가정을 꾸리는 에미는 이번 작품 "돼지떼"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는 순수한 욕구를 찾아가는 '에밀리'로 성장한다. 극단 얄라리얄라는 조르주 상드가 살았던 1800년대 파리와 아멜리가 살고 있는 숲 속, 목공소를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2020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성 작가가 주를 이루었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수 많은 '돼지소리'를 견뎌냈지만 우리에게 잊혀진 조르주 상드와 수많은 돼지떼들로부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켜내는 아멜리를 통해 어떤 방해에도 버티며 전진할 수 있는 동력을 찾는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여성 창작자와 배우들과 관객들만의 접점을 만들어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우리에게 선사하였다.
앞서 나간 수많은 여성 창작자들에게 보내는 오마주이며 조르주 상드에게 보내는 연서라고 작품을 이야기하는 이은비 연출은 먼저 판을 닦아 놓은 그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우리도 미래의 누군가가 부숴버릴 판이 되기를 감히 바라며 무대 위에 자신들의 꿈을 펼치는 이들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모아진다.
프랑스 고전을 만나 볼 수 있는 '2020 산울림 고전극장'은 오는 8월 30일까지 계속해서 관객들과 함께 할 예정으로 이번주부터는 기 드 모파상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 "환상의 모파상"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