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깊이 숨어 있는 과거 청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뚜껑 없는 열차”가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2020 제6회 무죽페스티벌의 첫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있다.
변변치 못한 캐리커처 작가로 무료한 일생을 보내던 우순은 우연한 계기로 해방 직후인 1948년의 시간으로 빠져든다. 옛사람들 사이에서 우여곡절을 겪던 우순은 일본군에게 끌려 ‘뚜껑 없는 열차’를 타고 만주의 위안소로 떠났다가 고생 끝에 돌아온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순심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나라가 일제의 만행에서 벗어난 지 올해 벌써 76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하지만 남과 북의 전쟁, 외세의 정치적 개입에 의한 분단국가가 된 대한민국은 아직도 일제 시절 다치고 부러진 몸과 마음을 여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말기 사회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다 여기던 가부장적 사상과 유교적 전통은 시간이 흘러 기독교의 순결 강조와 맞물려 여성의 지위를 암묵적으로 무시하였으며, 여성 스스로 순결하지 못하면 더럽혀지고 타락한 것이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만들며 억압한다.
그리고 그러한 순결 이데올로기는 위안부로 몸과 맘이 피폐해진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지금 역시 ‘성’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지극히 보수적 성정체성과 감수성을 지닌 사회 통념 아래에서 몇몇 이들이 소녀상을 조롱하고 푸대접 받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1992년 첫 집회 이후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던 ‘수요집회’의 20주기 기념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청하기 위해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건립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일협정과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일일본군위안부협상타결을 빌미로 최종적으로 종결되었다고 자신한다.
마음의 안식처라 여기는 고향에서, 가장 마음 기댈 수 있는 가족에게 부터 거부당하며 부끄러운 기억이라 여겼던 위안부 문제는 가해자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내부에서부터 진정으로 그 분들을 위함과 동시에 우리의 역사에 ‘일제 과거 청산’이라는 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흙과 자갈을 파 실어 나르는 ‘뚜껑 없는 (화물)열차’에 몸 하나 제대로 뉘일 데 없이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던 그 시절 우리네 여자들의 이야기를 현대와 과거를 오고가며 전하고 있는 이야기, ‘작업그룹 동고동락’의 이 작품은 사람과 삶에 대한 진한 열정을 진하게 담으며, 우리네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부터 바뀌어야만 하지 않냐고 초상화에 슬픔을 담아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