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한핏줄로 이어졌지만 다른 이념 아래 살고 있는, 다르면서도 같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이야기를 다룬 연극 <그때 그 사람>이 ‘2020 무죽페스티벌’의 2번째 작품으로 지난 22일부터 8월 2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관객들과 함께 유일한 분단국가 속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나누고 있다.
전남 여수시의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외딴섬에서 그물질을 하며 살고 있는 부부 일선과 혜숙은 몇 년 전, 바다에 빠져 죽은 딸 사월이를 가슴에 묻은 채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먹을 식량이 없어 옥수수 알갱이만 주워 먹는 딸 봄순이와 이런 딸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그물질하는 위철이 산다. 어느 날 위철은 당의 간섭을 피해 먼 바다에 나가는데 예상치 못한 날씨 상황에 표류하다 정신을 잃고 만다. 며칠 후 새벽 일찍 배타고 나가 일하는 일선의 그물에 위철이 걸려 올라오게 되고 놀란 일선은 사람부터 살리자며 집으로 업고 오는데...
남과 북이 군사경계선을 경계로 나눠져 쉬이 넘어갈 수 없는 반도국가, 대한민국. ‘종북’, ‘빨갱이’라 일컬으며 ‘적’으로 간주하려는 이들과 외세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눠진 ‘한민족’이라는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통일’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 정부는 1948년 분단 이후에도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헌법의 영토조항을 근거로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2010년 ‘남북한은 별개의 독립국가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010명 가운데 80.4%에 달하는 819명이 ’그렇다‘라고 응답하였으며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응답자는 19.6%에 해당하는 200명에 불과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남‘인가 ’대한민국 국민‘인가라는 질문에는 44.4%의 응답자가 ’남‘이라 응답하였다.(강원택 ”한국사회의 국가정체성과 민족정체성의 변화“, 강원택・이내영 편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 여론조사를 통해 본 한국인의 정체성』(서울:동아시아 연구원, 2011))
정치적 그리고 명시적으로 서로를 합법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북의 정부의 입장과 남북 주민의 입장은 동일할까? 그렇지만 휴전협정은 강대국의 이념 전쟁 이면에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몇 몇 정치지도자의 아집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념의 색깔론이 대두되었고, 그 속에 개개인의 무게는 무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민들을 ‘늑대’로 표하며 반공교육을 받아왔던 구세대 뿐 아니라 새롭게 이념에 대한 시각을 교육받고 있는 현세대조차 북한주민과 북한이주민을 우리와 다른 ‘남’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위철과 봄순, 일선・혜숙부부와 사월이의 사는 모양새는 다르지 않기에 같은 마음을 가진 다르지 않은 ‘인간’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남북은 같은 시간 동안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념의 대결이 선과 악의 대결로 동일시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사실상 경계가 흐릿해진 이념은 권력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가들의 정쟁의 도구일 뿐이기에, ‘한겨레’라는 인식이 구태의연한 구어로만 인식되지 않기를, 대치되는 사상을 앞세운 정치가들에 의해 선악의 흑백논리로 모든 주민들을 규격화하진 말기를 바랄 뿐이다. 봄순과 사월이가 친구로 인사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소망할 뿐이다.
관객들의 애정과 응원으로 계속해서 무대를 빛낼 힘을 얻어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축제, 제 6회 무죽페스티벌은 두 번째 작품 <그때 그 사람>에 이어, <절대영도(8.5~16, 극단 놀터)>, <신인류(8.18~30, 극단 신인류)>, <복날은 간다(9.2~9.13, 극단 늑대)>, <외출(9.15~27, 극단 청춘좌)>이 계속해서 무대를 빛내며 관객들과 마주함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