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보편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모국어와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있는 언어, 춤으로 완벽하게 풀어낸 드라마 발레의 대표작 <오네긴>이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발레는 삶 자체의 표현”이라는 신념으로 쉬운 줄거리, 대담하고 드라마틱한 전개, 섬세한 감정묘사, 놀라운 안무력을 보여주는 젊은 나이에 아쉽게 요절한 안무가 존 크랑코(John Cranko)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시킨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차이콥스키의 28곡을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편곡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전 세계 발레 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180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모험을 즐기는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젊은 귀족 오네긴과 순수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여기에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와 약혼자 렌스키와의 파국까지 얽히고설키며 두 주인공의 어긋난 사랑의 비극성을 극대화시켰다.
클래식 발레의 그랑 파드되와 디베르스티망, 정형화된 마임을 과감히 없애고 낭만성과 고난도 테크닉 위에 인물의 감정 변화를 담아낸 독무와 2인무를 전면에 배치시켜 서정성과 심리묘사가 잘 드러내도록 만들어 드라마적 요소를 강하게 부여한 작품 <오네긴>은 19세기 러시아 귀족사회에 초대받은 듯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며 발레 마임이나 전문용어를 모르는 초심자나 줄거리를 모르는 관객도 쉽게 이야기하고 이야기 속에 감정을 몰입하며 푹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실제 푸쉬킨이 '예브기닌 오네긴'의 출간 7년 후, 자신의 아내를 둘러싼 추문으로 결투를 한 끝에 37살의 나이에 복막염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사실은 작품 속 그들을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과 명예를 위한 죽음을 불사한 결투와 첫사랑을 끝내 모질게 밀어내지 못하는 모습들은 어떤 이들은 동시대성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사랑'만큼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적당한 이유를 붙일 수 없는 불가사의함이 또 있을까?
서로의 대화가 들리는 듯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그들의 감정을 아름다움 몸의 언어로 표현한 <오네긴>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던 올가와 렌스키 커플, 아름답고 도도해 보이던 타티아니와 그레민 공작 커플과 함께 바보 같던 오네긴과 그런 바보같음마저 사랑했던 타티아니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 하기에, 아름다운 몸의 언어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