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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연극 "찰칵"..
문화

지독한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연극 "찰칵"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0/08/28 21:24 수정 2020.08.28 23:42
2020년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작
무대사진_의자 두개가 덩그라니 놓여 있는 무대에 하얀 스크린이 내려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Aejin Kwoun
무대사진_의자 두개가 덩그라니 놓여 있는 무대에 하얀 스크린이 내려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사진을 찍을 때 ‘찰칵’하는 찰나의 순간이 지독한 삶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두 명의 배우가 한 편의 시 같은 2인극으로 선보이는 연극 <찰칵>이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CJ아지트 대학로에서 힘겨운 시기에 철저한 준비 속에 힘겨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컨셉사진_봉구(이진경), 말심(강애심) |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향해 있지 않는 듯, 허공을 맴돈다. /ⓒAejin Kwoun
컨셉사진_봉구(이진경), 말심(강애심) |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향해 있지 않는 듯, 허공을 맴돈다. /ⓒAejin Kwoun

독일 베를린으로 입양된 딸 봉구는 30년 만에 모국 서울로 돌아와 친모 말심을 만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말심은 봉구를 반갑게 맞이하지 않고 어딘가로 가자하는데...

컨셉사진_사진기 뒤로 숨을 수 있다고 말하는 봉구, 자신의 얼굴을 찍히는 것을 꺼려하는 말심...30년 만의 상봉이지만 따스한 포옹도 아직은 없다. /ⓒAejin Kwoun
컨셉사진_사진기 뒤로 숨을 수 있다고 말하는 봉구, 자신의 얼굴을 찍히는 것을 꺼려하는 말심...30년 만의 상봉이지만 따스한 포옹도 아직은 없다. /ⓒAejin Kwoun

아버지와 딸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 ‘GOOD DAY TODAY(2014)’와 10년 만에 떠난 아버지와 아들의 첫 여행을 그린 ‘무(無)(2014)’에 이어 ‘떠돔 시리즈’ 3부작을 완결하는 이번 작품에서 즉각반응 연출가 하수민 연출은 “두 존재가 마주하는 것으로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마주함’은 연극과 인간이 타인과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큰 본능적인 언어일 것”을 이야기한다.

컨셉사진_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말심...하지만 봉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Aejin Kwoun
컨셉사진_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말심...하지만 봉구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Aejin Kwoun

낯설고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서로 알지 못했던 30년의 세월은 서로에게 때로는 암호처럼 때로는 시처럼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이뤄진 대화들 속에서 낮설음과 혼란스러움은 커져만 간다.

‘엄마, 왜 나를 버렸어?’

봉구의 춤 속에서 그녀의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Aejin Kwoun
봉구의 춤 속에서 그녀의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Aejin Kwoun

‘나는 너를 새라고 생각했어.’

말심의 시간은 호수의 괴물과 함께 흘러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봉구와의 만남 이후 겨우 그녀의 숨통이 트인 것 같다. 따스한 말은 잘 못하지만...그녀의 춤에서는 그녀와의 만남이 너무나 기쁜 것 같다... /ⓒAejin Kwoun
말심의 시간은 호수의 괴물과 함께 흘러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봉구와의 만남 이후 겨우 그녀의 숨통이 트인 것 같다. 따스한 말은 잘 못하지만...그녀의 춤에서는 그녀와의 만남이 너무나 기쁜 것 같다... /ⓒAejin Kwoun

10개월의 긴 시간 동안 몸 안에서 고이 키운 자식을 남의 손에 보내야만 했던 그리고 양부모의 곁을 떠나 혼자의 길을 걸어야 했던 서로의 시간과 기억들을 온전히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기억의 파편들의 연결하려는 몇 마디 단어들보다 따스한 눈빛과 몸짓이 더 가슴에 와 닿을는지 모른다.

가슴 속에 깊숙이 넣어둔 작은 새를 풀어줘야만 한다는 말심의 마음과 어디에도 단단히 깊숙히 발딪지 못하는 봉구의 마음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서서히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인다... /ⓒAejin Kwoun
가슴 속에 깊숙이 넣어둔 작은 새를 풀어줘야만 한다는 말심의 마음과 어디에도 단단히 깊숙히 발딪지 못하는 봉구의 마음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서서히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인다... /ⓒAejin Kwoun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이 스스로 조절하고 싶은 사람들간의 거리를 허물었다. 그리고 '언택트' 시스템은 몇몇 사람들을 외딴 섬에 고립된 마냥 만들고 있다. 압박감과 피로감에 노출된 많은 사람들의 분노는 희생양을 찾아 헤매고, 언론은 이를 더욱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작품 속 두 사람의 어둡고 낯선 삶은 작금의 우리를 보는 듯 하다.

왠지 후련해 보이는 봉구의 표정은...이제 더 이상 그녀가 세상에서 숨는 것을 멈출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Aejin Kwoun
왠지 후련해 보이는 봉구의 표정은...이제 더 이상 그녀가 세상에서 숨는 것을 멈출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Aejin Kwoun

어쩌면 너무 많은 말들에 사람들이 더 아프고 피곤할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허물과 잘잘못을 찾는 분노와 원망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띨 수 밖에 없기에 스스로를 서서히 더욱 아프고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따스한 눈빛과 몸짓이 더욱 필요하나 시기일는지 모르겠다. 작품 속 두 사람처럼...

작품을 함께 만든 사람들_조명오퍼(홍원표), 영상/음향오퍼(김성조), 연출(하수민), 홍보(안선정), PD(차정훈) /ⓒAejin Kwoun
작품을 함께 만든 사람들_조명오퍼(홍원표), 봉구(이진경), 말심(강애심), 영상/음향오퍼(김성조), 연출(하수민), 홍보(안선정), PD(차정훈) /ⓒ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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