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이완구 질책도, 인사 책임자로서 사과도 없이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두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사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국인 페루에서 이 총리 사의 표명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한 뒤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 발언을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총리에 대한 질책은커녕 ‘안타깝고 고뇌를 느낀다’고 한 것은 청와대가 총리 사퇴를 요구한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인사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이 총리의 잘못된 처신을 두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청와대가 정치개혁 명목으로 여당은 물론 야당에 대한 ‘전방위 기획사정’을 단행해 친박 핵심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초점을 흐리려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대적 사정을 예고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께서 일말의 도덕적 책임감을 느낀다면, 남 일 얘기하듯 검찰 수사를 엄정히 촉구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쓸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공정한 수사를 지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