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요한 볼프강 본 괴테의 생애와 철학이 담겨 있는 작품 “파우스트”를 새로이 각색하며 결말을 파격적으로 바꾼 연극 “파우스트엔딩”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8일까지 한 달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와 연민, 교감을 함께 나누었다.
원작에서 구원을 받았던 파우스트는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지고 지옥으로 가는 엔딩을 맞으며, 지금 이대로 가면 우리는 진정한 종말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경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조광화 연출가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서로 이해하고 진실하게 교감하는 힘이라 이야기한다.
신에게 선택받은 파우스트는 지식의 이데아 세계에서 방점을 찍은 소위 엘리트이다. 그(녀)는 순수한 이성의 세계에서 인간에 대한 경험적 인식의 세계로 위험한 발을 내디딘다. “파우스트엔딩” 속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얻은 젊음을 과시하지도 않고, 무한한 지식을 대중들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어쩌면 자신이 알지 못하던 미지의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더 확장되었을 뿐이다.
또한, 원작과 달리 인간 세상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남은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마르지 않는 포도주 하나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반면 파우스트의 제자들은 자신들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 여기며 자신들의 능력에 취해 ‘호문쿨루스’를 만들어 다음 세대의 완벽한 인간이라 칭하며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이야기 속에 존재하던 그들이 지금의 우리네 현실 속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슬픈 현실일 것이다. 문명의 이기에 둘러싸여 자연과 멀어지며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려는 우리는 삶과 죽음의 순리를 받아들인 파우스트와 유일한 생존자 그들에게서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코로나 19로 1년간 대중과 함께 호흡을 나누지 못했던 배우들은 응축된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부은 듯했다. 퍼펫과 들개·거미개, 마녀와 학생들의 신들린 듯한 움직임은 무대와 관객들을 압도하며 작금의 광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젊음이란 메피스토의 선물을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파우스트의 유약함을 온몸으로 보여준 김성녀 배우의 연기는 새로운 파우스트를 만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한 달간의 긴 여정 동안 또 다른 파우스트를 만나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작은 아쉬움도 함께 남았다.
200년을 건너뛰어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을 안겨준 “파우스트엔딩”과 함께 서울시극단의 2021년 첫 라인업으로 김민정 작가의 재창작과 배선애 드라마투르그와 서울시극단장 문삼화 연출가가 함께하며 새로운 색을 입힌 “정의의 사람들” 또한 기대가 모아진다. 알베르 카뮈 원작의 “정의의 사람들”은 4월 23일부터 5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