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단절을 벗어나 함께 지내는 것이 보통이었던 일상에서 어느덧 거리두기로 관계의 단절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상반된 의미를 지닌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 속 인물들에게 투영하고 있는 작품 “귀여운 장난”이 지난 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다시 한번 관객들과 소통을 시작하고 있다.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서 ‘부러진 날개로 날다’에 당선되면서부터 지금까지 ‘타클라마칸’, ‘고래가 산다’, ‘잔치’ 등 여러 작품에서 인간 본연의 욕망과 감정들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는 김수미 작가는 작품 “귀여운 장난”의 인물들에 대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상의 단조로움과 무료함을 타파하기 위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하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즐기며,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는 세상의 이해를 기다린다. 그들의 기다림은 예술의 태도와 닮았다”라며, “이 작품을 처음 썼던 시절은 소통을 갈망하는 예술적 행위의 허무를 담았는지 모른다. 절박함이 장난으로 치부해야 견딜 수 있음을 담으려 했다”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소통을 거부하고 단절의 삶을 선택하는 건 타인이 일방적인 방식으로 강요하는 소통 방식의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 속하고자 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이러니한 건 코로나19와 마주한 지금, 단절을 벗어나려 그들의 절박함이, 외로움과 공허한 일상을 견디는 행위들이 보편적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거리두기가 관계의 위험성을 경고하던 시절을 살다 안전하다는 시절을 살게 된 것이다.
연극에서 대사를 주고받듯 반복되는 대화들을 주고받게 되는 모녀와 거짓말로 접근한 한 남자의 모습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일상의 모습들과 일견 다를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위험한 욕망의 표출이 현실과 정반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슬아슬한 그들의 이야기는 임정혁 연출을 필두로 연극 ‘괜찮냐’, ‘세자매’, ‘우정 어린 두 여자의 낯뜨거운 이야기’의 최지은 배우, 연극 ‘토관’, ‘여보세요? 여보세요!’의 김성태 배우, 연극 ‘세자매’, ‘괜찮냐’의 이세희 배우가 함께하며 관객들에게 무대 위에서 ‘귀여운’ 장난으로 덧입혀진다. 그리고 오페라 투란도트의 기획자이며 프로듀서 나일봉과 정찬희 조명감독 등 스텝들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대 위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장난은 무대가 끝난 뒤, 언젠가는 끝날 수 있을까? 소통의 반대가 고립과 단절은 아니지만,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고립과 단절은 선택이 아니다. ‘소통’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계속해서 배제된다면, 이성이라는 얇은 방어막으로 덮어져 있던, 그저 숨겨져 있던 어두운 욕망이 현실 속에서 ‘귀여운’ 장난으로 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