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가 외면해왔던 일상의 불편함을 마주하고자 하는 극단 신세계의 연극 “생활풍경”이 제42회 서울연극제에 공식 선정되어 오는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9월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초연 시 부족했던 지점들을 보완하여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관객들과 마주할 예정으로 초연에 이어 다시금 어떤 불편한 신세계를 선사할지 주목해 볼 만하다.
몇 년 전 큰 이슈였던 서울 한 지역의 장애인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를 기반으로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방식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로 창작된 작품 “생활풍경”은 해당 지역에 장애인 학부모들이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국립한방병원 설립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극단 신세계는 언론을 통해 님비(NIMBY) 현상으로 언급된 이 사건의 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차별의 원인을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와 기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연극 “생활풍경”은 “장애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연극 “생활풍경”은 관객들을 ‘수리구 주민토론회’의 주민 자격으로 초대한다. 관객들은 극장에 입장하기 전에 장애인특수학교를 지지하는 좌석과 국립한방병원을 지지하는 좌석 중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선택을 통해 수리구의 각기 다른 생활풍경을 바라보며, 선택한 좌석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관객들은 2021년 대한민국이라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특수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건은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실상은 우리의 삶과 너무나 가까운 보통의 이야기로 느끼게 될 것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의 한가운데 바람막이 없이 서 있는 이와, 따뜻한 집안에서 눈보라를 바라보는 이가 바라보는 풍경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집안에서 뼈를 에는 추위를 지금 느끼지 않는다고 밖에서 서 있는 이의 추위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까?
풍경은 바라보는 위치와 대상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달라진다. 어쩌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인생 전반에 걸친 끝나지 않는 고민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바라볼지, 그리고 다른 시선이 바라보는 풍경이 나와 같지 않다고 틀리다고 여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