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소극장 공유 2기 동인 페스티벌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소극장 공유 2기 동인 페스티벌_연극, 생각을 잇_다]가 지난 29일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약 4개월간에 걸쳐 대학로 소극장 공유에서 ‘연극은 다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취지 아래 관객과 함께 생각을 이어 공유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연극에 대한 탐색과 실험, 미학적 완성도의 균형을 갖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페스티벌은 극단 가변의 “짐승의 시간”이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일까지 공유의 첫 장을 열어가고 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야 했던 한 소년이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짐승의 시간”은 ‘하나코’, ‘해무’, ‘아인슈타인의 별’ 등 은유적인 화법 속에서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전개를 통해 내면에 울림을 전하는 김민정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이성구 연출을 통해 처음 무대에 선보인다. 조선총독부가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세운 소년수용소, 선감학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작년, 일본 도쿄 나토리사무소에서 시라이 게이타 연출로 ‘소년 B가 사는 집’과 함께 나란히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이성구 연출은 “극적 세계의 인물들을 짐승으로 만들어내는 시간을 포착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충돌시켜 불균형적이고 불완전한 세계를 그려내었다”라고 말하며, “그들이 서로를 인간으로 혹은 짐승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철창은 무엇인지, 자신 안에서는 어떤 짐승이 자라고 있는지 들여다보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였다.
일본 침략 시절 선감학원, 군부 독재 정권 아래 삼청교육대, 형제보육원 등은 소위 엘리트라 자신을 칭하는 이들이 순화하고 교육하여 교화한다는 미명 아래 인간들을 자신들의 잣대에 맞추려 하던 곳이었다. 교육,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은 본래 맹자의 ‘득천하영재이교육지(得天下英才而敎育之)‘에서 유래한 말로 각 한자의 기원을 살펴보면 회초리로 아이를 배우게 하고, 갓 태어난 아이를 기른다는 뜻이다. 그러한 원래의 목적을 벗어난 일그러진 교육은 어쩌면 그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닫힌 사회일까, 열린 사회일까?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인물, 칼 포퍼(Karl Popper)는 비판과 토론이 사회적으로 허용되어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문화다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개개인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를 ’열린사회‘라고, 마술적 금기와 독단이 지배하는 억압된 사회로 전체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존재할 수 없다고 하는 집단주의를 본질로 하여 시민들은 이성적인 비판과 그들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여 국가만이 판단하는 사회를 ’닫힌사회‘라고 정의하였다.
완벽한 지식과 재화 등을 성공이라고 꿈꾸는 대한민국에서 당신은 자유로운 인간일까? 사회가 둘러놓은 철창에 갇혀 있으면서 익숙함 속에 철창이라는 존재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연극 “짐승의 시간” 속 대한민국과 2021년 대한민국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짐승보다는 인간이기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 안에 짐승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생활하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서울 6팀, 지방 2팀의 총 8개 극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원금 없이 순수한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꾸려진 [소극장 공유 2기 동인 페스티벌_연극, 생각을 잇_다]는 극단 가변의 "짐승의 시간"에 이어 극단 이화의 “헬메르”, 극단 U2 Theater의 “뜨겁게 안녕”, 극단 청예의 “Happy Birthday to me”, 극단 여명 1919의 “밀정의 기록”, 극단 물맑고깊은의 “190326(3.26 뚝섬의 외침)”, 극단 창작집단 세종의 “나, 그리고”, 극단 명장의 “사육신”의 작품들로 페스티벌을 채워간다.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8팀의 극단은 ‘오늘날 세상에 대해 어떻게 공감과 소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사회와 예술에 대한 공감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 아쉬움도 크지만, 시대와 삶을 반영하는 연극을 통해 함께 생각을 잇_고 공유함으로써 흔들리는 일상 속 든든한 쉼터가 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