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유머러스하고 리드미컬한 문장력으로 2018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박상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임지민 연출의 손길로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이하 ”자이툰 파스타“)가 지난달 16일부터 10일까지 아쉬운 막을 내렸다. 연극 "자이툰 파스타"는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과 소설에서 걸어나온 듯한 배우들의 호연이 관격의 호평을 이끌었다. 임지민 연출은 이미 ‘집에 사는 몬스터’, ‘타이니 슈퍼맨션’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준 바 있다.
연극 ”자이툰 파스타“는 군에서 성소수자를 색출해 구속한 ‘A대위 사건’을 계기로 쓰여진 작품이다. ‘작가가 추천하는 작가’, 박상명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최근 문학계의 젊은 시선’과 ‘동시대의 이슈’를 모두 다루며 새로운 도전으로 관습적 선택에 질문을 던지는 장을 펼치고 있는 국립극단의 [SEPUP 202] 프로젝트의 4개의 작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김연재 작가는 ”자이툰 파스타“ 속 청춘들을 담담한 시선과 유머러스하고 리드미컬한 소설 속 문장들은 무대 위 자신의 시선을 입힌 언어로 각색했다. 김연재 작가는 ”지난해 낭독 쇼케이스에서는 ‘나’와 ‘왕샤’의 이야기가 도드라지게 보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 ‘나’의 삶 뒤로 보이는 배경들을 단단하게 채우는 데 주력했다"면서 "그 배경 안에서 흐르고 있는 ‘나’의 현실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보면서 인물들에게 좀 더 이입되고 그들이 설득력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각색 의도를 전했다.
무대 위 회전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극장 4면에서 오고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자신들이 보고 싶은 방향에서 자유로이 감상하며 찌질할 정도로 ‘스펙터클’이 보이지 않는 사랑하고, 실패하고, 망하는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일상과 내면을 가감 없이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연극 ”자이툰 파스타“ 속 인물 중 자신의 꿈을 원하는 만큼 이룬 이는 누구일까? SNS에 스캔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명세를 높이는 감독은 ‘주류’에 속한 걸까? 자이툰 부대에 지원한 이들은 그곳에 자원한 이유 중 하나였던 벽화도 미완성으로 남겨둔다. 함께 부대에서 근무했던 이들 중 어떤 이는 유학을 포기하고 학자금을 먼저 갚고, 또 어떤 이는 파스타 가게를 꿈꾸었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실패하여 비참하고 불쌍한 청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임지민 연출은 누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 말고, 나만 볼 수 있는 프레임에서 내 맘대로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야기하며 ‘우리’와 ‘같이’를 고민한다. 그래서 작품은 작품 속 주인공 ‘나’가 어디에서, 누구와 존재하든 바깥에서 바라볼 수 없이 자기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나’의 내면에서 함께 우리와 같이 다를 바 없는 ‘성소수자’들의 생각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 "자이툰 파스타"는 젊은 소설가의 쓸쓸하지만 경쾌한 목소리에 중견작가의 시선과 젊은 연출가의 감성을 입혀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연출가와 배우, 스텝은 공연을 준비하며 상충하는 여러 순간을 함께 즐기고 고민하며 무대를 완성했다. 관객들은 무대 밖이 아닌 무대 안에서 자신의 색으로 이야기를 느끼며 관객 하나, 하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그리며 무대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며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