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프리존]박유제 선임기자=지난 3월. 경남 고성군보건소 상황실로 중년 남자의 위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국내 입국 후 자가격리 중인 캄보디아 출신 아내가 진통이 시작됐는데 병원을 구할 수 없다는 전화였다. 산모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기간을 하루 남겨두고 위급한 상황이 벌어진 것. 고성군보건소 박정혜 주무관은 즉시 119구급대원과 연결을 해줬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국내 진료기록이 없고, 자가격리자는 받아줄 수 없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박 주무관은 직접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지만 선뜻 나서주는 곳이 없었다. 박 주무관은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병원으로 무작정 119응급차량을 출발시켰다. ㄱ병원은 박 주무관의 간절한 설득과 산모의 딱한 사정을 듣고 급히 음압병실 준비하고 곧바로 출산을 도와 딸을 순산할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경남 고성군보건소 박정혜 주무관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3명씩 총 9명을 ‘우리동네 영웅’으로 선정했다.
‘우리동네 영웅’ 발표는 지난 4월 인천‧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행정안전부가 매월 17개 시·도와 협업해 코로나19로부터 지역과 주민을 지킨 주인공들의 감동사례를 공유하고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연대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경남에서는 박 주무관 외에 산청지역자활센터 노준석 센터장과 창원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박강덕 관장이 '우리동네 영웅'으로 선정됐다.
노준석 센터장은 코로나19로 경로당과 지역복지관이 문을 닫아 끼니 해결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반찬을 배달하고 저소득층 가정 청소와 방역에 힘 쓴 공을 인정받았다.
박강덕 관장은 태권도복 대신 방역복을 입고 관내 104개소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나서 지역의 코로나 예방에 힘써왔다.
이들 외에도 부산과 울산에서 대표적 '우리동네 영웅'으로 평가받은 두 명의 '영웅담'을 소개한다.
# 부산 동구의 ‘진짜 슈퍼맨’
“이거 받아, 안 받을 거면 오지마”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운 홀몸어르신 가정에 생필품과 반찬배달을 마치고 나오는 부산광역시 동구자원봉사센터 정정국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는 돌돌말린 만 원 짜리 한 장을 기어이 정씨 손에 쥐어줬다. 정씨는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할머니는 아들같이 고맙고 매번 찾아와 미안한 마음 때문에 꼭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언제 오느냐” “길이 미끄러우니 운전 조심하라” “비오는 날은 오지마라”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전화를 받으며 오늘도 부산 동구의 골목길과 오르막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누빈다.
# 코로나19도 그녀 앞에선 멈춰!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라” 지난해 9월,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울산광역시 동구보건소 황향숙 주무관은 지역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구보건소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평소에도 대량검사를 준비해 왔지만 워낙 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곳이다 보니 보건소 직원 모두 비상 상황 대응에 들어갔다. 급하게 천막을 치고 검사준비를 마친 후 두꺼운 방호복을 입자 곧 땀이 비오는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검사대상자의 줄을 보자 이를 악물고 지역 내 감염을 막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바짝 차렸다. 다행히 황주무관과 동료들의 초인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단 하루만에 2,000명의 진단검사를 모두 마쳤고, 코로나19의 지역 내 감염 확산도 막을 수 있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인천‧경기의 영웅으로 선정된 ‘망백의 기부천사’ 고인순 할머니 등 6명의 영웅들에게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감사 편지와 기념품 등을 증정했다.
영웅들의 인터뷰와 선물증정 현장의 모습은 행정안전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6월에는 대구와 경북지역 '우리동네 영웅'이 선정 발표된다.
박성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지역과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영웅분들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매우 기쁘고 우리 곁에는 미처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영웅들이 더 많이 있다”며, ‘우리동네 영웅’의 선행이 계속 이어지고 확산되어 대한민국 지역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고 연대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