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심에 둘러싸인 문제를 서로 다른 풍경에서 바라보는 이들을 다룬 극단 신세계의 불편한 연극 '생활풍경'이 제42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지난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연극 '생활풍경'은 우리의 불편한 속내를 차갑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흔히 '나는 누군가를 혐오하지 않고, 혐오당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은 우리도 모르게 차별과 배제, 편견과 함께 하고 있으며 그 가해당사자는 물론 피해당사자도 우리라는 것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이 차별과 배제, 편견의 대상이라고 인식하지만 실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 모든 사람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 국회에서 발의된 이후 현재까지 답보 상태이다. 또한 혐오범죄법에 대한 법령이나 시스템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인권단체 'ARTICLE19'은 '혐오표현'에 대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차별금지법이 없는 경우, 대부분 '혐오표현'으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 제한돼 있다고 말한다.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부는 형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차별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화의 장을 제공하지 못할 때가 많고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성숙한 토론이나 논쟁의 장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어떠한 문제에 관해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생각이 어떻하기에, 상대방의 생각은 틀렸고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야 할 뿐이다. 자신의 주장은 언제나, 무조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반드시 틀려야 한다. 작품 속 토론회는 '아비규환'으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 토론회를 준비하지만, 언제나처럼 '토론'으로는 여전히 답을 찾진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당사자주의에 대한 이념 또한 첨예하게 나뉜다. 작품 속 '구사연'의 사연처럼 우리는 누구나 '장애'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다. '장애'라는 자기대표성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을 전면에 두고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 노동자,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을 우선이 아닌 차선으로 밀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극단 신세계는 우리에게 "요즈음 우리는 '나'의 생존을 위해 '나'의 안전한 공간에만 지나치게 머무르려 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정말로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 집 또는 방역이 철저하게 되어있는 장소를 열심히 찾고 그곳에만 머문다. 우리의 사고 또한 그렇다. 여러모로 가뜩이나 복잡하고 힘든 세상, 살아남기 위해 내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사고의 프레임에만 갇혀있다"라고 공연 내내 속상함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