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안무가 함초롬의 일기 같은 작품 “성숙”이 지난 5월 26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나약하면서 강인한 모습을 그리며 spark place 신인 안무가들의 날갯짓으로 제40회 국제무용제의 막을 열었다.
세상과 자신을 구분을 짓는 경계로 등장하는 ‘옷장’은 마술가 임재헌의 작품으로 이번 작품 “성숙”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오브제이다. 옷장을 부수고 분해하는 것처럼 인간 또한 계속 꺾이고 재조립되는 움직임과 죽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해 안무가 함초롬은 “변화가 두려우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죽일 줄 아는 나약하면서 강인한 인간 존재”를 무대에서 이야기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는 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고 관계 맺음으로써 변화한다. 물리적 세계에서부터 들어온 영향은 인간 내부의 심리적 세계를 변화시키고, 그러한 심리적 내적 변화는 신체를 통해 외적 환경을 만들며, 그러한 외적 환경은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외부 세계를 변화시키며 뒤섞이는 유기적 구조를 가지게 한다.
부단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실과 몸 앞에서 한없이 혼란스러운 인간은 여전히 대상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면서 소외와 고독을 마주친다. 이러한 낯선 감각을 마주하는 인간의 고통은 ‘성숙’이라는 고귀한 값어치를 가진 단어로 귀결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단순하게 나약함에서부터 탈출이 아니라 새롭게 되어 돌아옴의 순환이 이어질 때 인간은 성숙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