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불행이 순환하는 이상한 세계 속에 던져진 사람들이 일그러져 가는 이야기, 연국 “순환의 법칙”이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사유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는 시간을 선물하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안보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을 능숙하게 소설화하며 의미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안보윤 작가는 현실의 사건과 사회의 문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설 속에 끌고 들어와 생에 드리운 구조적 폭력을 아프도록 생생하게, 때로는 기묘하게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원작 ‘순환의 법칙’ 속 인물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불행의 시작이 어디에서부터였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일그러진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선과 악,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 이런 단편적인 말로 한 사람을, 이 세상을 규정하는 게 가능한가?’, ‘나 또한 자신을 명확히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 세상 모든 것을 딱 떨어지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항상 가져왔던 최호영 연출은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이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점에 집중한다.
2년 전 우연히 본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단 그의 열정은 지난 2020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지원 연극분야 A트랙 선정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사정으로 이제야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인 이번 작품은 권선징악이나 ‘이유가 있는 악에는 면죄부를 주어도 된다’라는 단편적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불행의 순환에서 건져내기 위해 타인의 삶을 불행에 빠뜨리고 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였던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에 자신의 과거 상처를 당위성으로 부여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당신은 악인가요?’라는 질문에 ‘Yes’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대다수 사람은 ‘악’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여기지만, 실제 ‘악’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소하고 누구나 있는 부분이다. 나와 우리는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피해자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가해자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미와 한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번 작품 “순환의 법칙”은 악행에 정당성을 부여해 면죄부를 주기도 하는 우리 일그러진 사회와 그 사회 속 일그러진 우리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
일그러진 그림자들이 서로의 목을 밟고 서 있는 듯한 작품 “순환의 법칙”의 최호영 연출은 20201 두산아트랩 선정작 연극 “카르타고”에서는 배우로 출연할 예정이다.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사회복지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은 신진호 연출로 7월 1일부터 3일까지 총 3일간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