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뉴스프리존]박유제/허정태 기자=최근 확산된 땅 투기 논란의 진원지가 됐던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혁신안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LH 직원들의 토지 투기의혹 제기로 공공부문에 쏟아진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이는 한편,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권한독점과 조직 비대화 및 허술한 내부통제장치 등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이에 지난 3개월 간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LH 혁신 TF’ 운영을 통해 LH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두 차례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당정협의도 거쳤다고 밝혔다.
LH 기능분리 등 해체 수준의 혁신안에 반대하며 각종 집회와 건의문을 제출해 온 진주시를 비롯해 경남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1000명 단위로 2000명 단계별 감축
국토교통부가 7일 발표한 LH 혁신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능과 인력 조정이다. 국토부는 현재의 LH 기능과 인력이 비대해진만큼 기강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300여명의 정원이 늘면서 전체 임직원 수가 1만여명에 이르는 전체 인력의 2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력 비대화로 임직원에 대한 효율적인 통솔과 관리를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출장비 부정수급 등 공직기강이 크게 훼손됐다는 판단에서다.
전체 임직원의 20% 수준인 20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1단계로 기능 조정을 통해 1000명을 먼저 줄이고, 2단계로 지방조직에서 1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 구조조정에서는 상위 관리직 등 226명과 기능이관 및 폐지를 통한 519명, 기능축소를 통한 330명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공공택지 입지조사와 그린리모델링 관련 업무는 국토교통부로, 시설물성능인증과 안전영향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새뜰마을 정비와 장기방치 건축물 업무는 지자체로 이관한다. 공동주택 관리지원 등은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 구조조정은 1단계를 완료한 뒤 지방조직에 대한 정밀진단을 거쳐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 밖에도 경영 개선을 위해 향후 3년간 고위직의 인건비를 동결하는 한편, 경상비 10%와 업무추진비 15%를 줄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도 제한하기로 했다. 과거 비위행위가 적발되면 평가결과 수정을 통해 해당 임직원의 성과급은 환수 조치된다.
다만 조직개편 방안은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법률안을 마련,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민의 반발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공공택지조사 업무 국토부로 회수
인력 구조조정과 동시에 내부통제 기능도 강화한다. 임직원이 토지를 부당하게 취득할 수 없도록 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임원 7명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연 1회 부동산 거래조사도 이뤄진다.
현재 임원 7명을 대상으로하는 취업제한도 이해충돌 여지가 큰 고위직 529명으로 늘리고, 퇴직자가 소속된 기업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 이내에 수의계약을 엄격히 제한한다. 설계공모나 공사입찰 등 각종 심사를 위한 위원회에서 LH 임직원은 배제하고 임대주택 매입시 임직원과 친척의 주택은 배제할 방침이다.
또 LH 전 직원은 실제 사용하거나 거주하는 목적 외에는 토지 취득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무주택자의 1주택 취득이나 상속, 장묘로 인한 일시적 2주택 등 실수요 목적 외의 주택·토지 소유자는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고위직 승진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주택과 토지 취득 경위나 목적도 신고해야 한다.
외부전무나를 준법감시관으로 선임하고 외부위원 중심의 준법감시위원회도 구성, 투기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하고 토지거래 제한 위반으로 기소될 경우 즉시 직권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정할 예정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 논란을 빚은 신도시 등 개발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하기로 했다.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조직개편 방안은?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 등에서 가장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는 LH 조직개편안은 이번에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기능이나 조직 슬림화만으로는 LH를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조직 재설계 방안을 두고는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주거복지나 주택공급 등 국민의 주거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자는 데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조직 재설계 방안에는 세 가지가 있다. 1안은 토지와 주택ㆍ주거복지를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이고, 2안은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안, 3안은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ㆍ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가지 안을 포함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법률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늘 발표한 투기재발을 위한 삼중사중의 통제장치 구축, 방만경영 관행 철폐를 위한 경영관리 혁신, 독점적·비핵심 기능 전면 분리 및 조직 슬림화는 속도감 있게 즉시 착수하고, 투기재발방지 관련법령들도 신속히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