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상실을 마주한 인간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실의 상황을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행하며 그 흔적을 감추어 버리는 이야기, 안무가 정록이의 "소일거리"가 MODAFE에서 주목해야 할 신인안무가들을 소개하는 'The New Wave'프로그램에서 관객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 작품 “소일거리”는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착안한 ‘포르트-다 놀이(for da)’에서 출발한다. 영유아기의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는 죽음과도 같은 것인데, 눈 앞에서 엄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상실의 상황을 예행연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어린아이 앞에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서 나타나는 놀이와 같다.
프랑스에는 '두두(Doudous)'라 부르는 대상이 있다. 아이가 엄마와의 분리 상황에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대상을 말하며 특정 대상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두두'는 인형일 수도 있고, 엄마의 옷조각이나 손수건일 수 있으며 장난감일 수도 있다. 무대 위 무용수에게 빨갛고 긴 천은 그의 '두두'였을까?
안무가 정록이의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움직임의 특징은 반복이다. 이 작품은 상실의 상황, 즉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행위를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상실의 상태에 대한 여러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에 함께 하는 1분 정도 나래이션 같은 대사 이후, 베이스로 시작해 천천히 점점 감정을 고조시키며 절정으로 치닫게 만드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Post Rock 밴드 Mogwai의 곡 'Yes I am a long way from home'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무대 위 색감과 어우러져 그의 움직임 하나가 단어로, 문장으로 귀에 들리는 듯하게 만들어 준다.
안무가 정록이는 무대에서 줄곧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딴짓 혹은 소일거리
이 지독한 외로움과 무료함,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당신은 무얼 할까?
사건은 벌어졌고,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무엇도 그 흔적을 아물게 하지 못한다.
보고 있지만, 보지 않기 위한 것.
마음은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나는 양을 세어야지
안무가 정록이는 지난 6년간 LDP무용단 무용수로 국내외의 다양한 안무자와 작업하며, 여러 가지 형식과 목적을 지닌 무대에 올라 폭넓은 측의 관객과 소통하였다. 첫 안무작 “소일거리”로 다수의 해외 페스티벌-스페인 MASDANZA, 싱가폴 M1contact, 일본 후쿠오카 프린지페스티벌-에 초철되어 공연하였으며, 또 다른 안무작으로는 ‘들어가지마시오’, ‘아나토미’가 있다. 인간의 다양한 심층의 심리 현상이 어떻게 몸의 움직임(형태)와 상태를 통해 구현되는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안무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