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5명의 무용수와 5개의 짧은 작품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 “Short Dances”가 MODAFE의 위상을 대표하는 가장 주목해야 할 안무가들을 소개하는 MODAFE Choice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함께 했다.
안성수 안무가는 이번 작품을 ‘춤과 의상의 재활용’이라 설명한다. 선율을 구분하고 분절로 나누고 연결해 하나하나의 작품을 새로이 만들었다. 의상은 국립현대무용단과 함께 참여했던 무대의 작품이나 패션쇼 의상을 대여하거나 지난 작품의 의상을 그대로 가져왔다.
'운명적으로 치열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나의 작품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지금 나의 감성으로 같은 음악을 표현할 때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번 작품은 기존의 무용수들과 새로운 무용수들이 함께 2021년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새롭게 재해석됐다.
첫번째 작품 "어떤 사랑들"은 비올라와 첼로의 2개의 악기가 사용됐다. 이은경 무용수는 15년 전 첼로 부분의 움직임을 맡았었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비올라 부분을 맡아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A와 B, 2개의 구조를 가진 Bach의 음악에서 무음을 중간에 두고 앞부분에는 비올라가 A를 첼로가 B를 맡고, 무음 다음에 첼로가 A를 비올라가 B를 담당하는 형식으로 바꿔서 연출됐다. 이은경 무용수는 "가장 잘 들리는 부분은 2,2,4라 불리는 부분인데 10카운트를 시간차를 두고 다른 무용수와 교차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남과 여, 여와 여 커플의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첫번째 작품은 Lecture의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범 무대에 올라와, 안무가와 무용수의 설명을 듣고 다시 감상하며 첫번째 감상에서 놓쳤던 부분을 아낌없이 즐길 수 있었다.
터키쉬 타악의 경쾌한 비트와 함께 시작되는 두번째 작품 "플라플라"는 플라멩고를 사랑하는 안성수 안무가의 감성이 담뿍 담겨 있다. 두번째 작품은 잉글리쉬오르간, 비올라, 첼로의 3가지 악기를 관악기와 현악기의 2개의 파트로 나눴다. 관악기의 선율이 먼저 흐르고 현악기는 뒤에서부터 함께 연주되며 합쳐진다. 플라밍고 특유의 리듬으로 둠칫둠칫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절로 어깨가 함께 리듬을 타게 되는 흥겨움을 가득 안고 있었다.
세번째 작품 Lecture & Demonstration은 Bach의 A Musical Offering 중에서 사용된 음악에 맞춰 다시 만나는 작품들의 레퍼런스들은 그들의 손짓 발짓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안성수 안무가와 무용수 이주희, 이은경은 음악을 시간의 잣대로 활용한다고 이야기한다. 선율이 어느정도 길이인지,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기 위한 잣대로 그리고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짧게 설명해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전한다. Demonstraion에서 보여준 미완성 동작들도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완성된 안무는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네번째 작품 "다시 땅으로"는 2007년 작품 '그 곳에 가다"의 75분의 안무 중 Mozart의 'Piano Concerto #21 중 Andante'에 연결되는 7분간의 안무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안성수 안무가는 김민지 무용수는 죽은 자, 이주희 무용수는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이로 안무를 만들었지만, 해석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고 하였다.
마지막 작품 "지금, 선택"은 Mozart의 Symphony no.40 중 1악장을 기본으로 두 개의 작품을 혼합해 안무했다. 제12회 무용예술상 작품상과 2005년 올해의 예술상 무용부분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세월호참사로 관객들과 만나지 못했던 "선택, 장례식"과 다른 작품의 혼합이다. 안성수 안무가는 2004년 만들었던 작품을 다시 재창작하며 빈 공간이 너무 많이 보여 이것저것 구겨넣은 덕분에 무용수들이 중간에 들어갈는지도 모른다는 위트 있는 유머도 남겼다.
안무가 안성수는 자신이 만든 '움직임'들을 절대 버리는 일이 없다. 2002년 MODAFE에서 올렸던 'Femme'을 비롯하여 '혼합', '검은 돌-모래의 기억' 등에서 나오는 동작을 현재까지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영화를 공부하다 배우가 되고 싶어 무용을 시작한 안성수 안무가는 무용 작품도 영화처럼 씬을 만들고 편집을 하며 만들기 때문에 안무의 순서나 앞뒤를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며 영화같은 무용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다.
안무가 안성수는 국립현대무용단 3대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1991년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안성수픽업그룹’을 창단해 조이스극장, 링컨센터 등에서 활동했다. 귀국 이후 재창단한 단체에서 만든 ‘볼레로’로 무용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작품상(2005)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선택’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예술상 무용부문 최우수상(2005), ‘장미’로 무용예술상 작품상(2009)을 받았다. 표현의 경계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 안성수는 음악적 감수성과 예민함으로 안성수만의 색깔을 구축해 가며 여러 단체와의 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