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박근형 연출의 희곡 “너무 놀라지 마라”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오늘날의 젊은 시선으로 다시 그려졌다.
인간의 관계와 소통의 부재, 고독에 대한 성찰을 그린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희곡상 등을 수상한 박근형 연출의 희곡으로 13여 년 전 2009년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은 극단 골목길에서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오면서, 장명식 연출과 극단 무아지경 배우들의 감성을 무대 위에 수놓았다.
희곡의 대사들과 사이까지 원작 그대로 올려진 작품 “너무 놀라지 마라”를 연출한 장명식 연출은 극단 고래의 연출부를 지내며 극단 22세기씨어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에르카’, ‘파이프라인’, ‘별무리’ 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여러 차례 공연이 이뤄진 대선배의 극을 올림에도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연출가들에 의해 많은 선생님의 좋은 희곡들이 공연되는 것은 한국연극계를 위해 좋은 일이라 여깁니다. 제가 이 극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이야기의 전달을 기본이고, 부조리한 상황을 살리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라고 자기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가 연출한 작품은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희곡의 매력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너무 놀라지 마라”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 속에서 자신을 포기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 삶 속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꿈을 쫓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버려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 또 능력 없는 자는 구석진 곳에 자신을 탓하며 갇혀 지내야 한다. 이 집 속에 살아가는 가족들의 인생과 우리들의 인생을 과연 얼마나 다를까?
어쩌면 우리는 무대 위 펼쳐지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너무나 먼,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느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한 이들부터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우리와,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현재의 삶과 내일의 삶을 여전하게 이어가는 무대 위 사람들과 우리는 과연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환풍시킬 여력조차 없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현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길 희망하는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가 초연된 2009년과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은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당장 나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계속해서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10년 후에도 우리의 삶은 여전히 그러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