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유니버설발레단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트리플 빌”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렸다. 3개의 개별 작품들이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서로 다른 뉘앙스지만 하나의 시퀀스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무대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영상과 조명 디자인의 차별화로 리듬감을 부여했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인 “트리플 빌”에서 소개된 첫 번째 작품은 미로 같은 삶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번뇌와 희망을 그린 “파가니니 랩소디(Paganini Rhapsody)”이다. 2003년 기발표된 작품으로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해 쓴 라흐마니노프의 협주적 작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주제곡으로 유병헌 안무가가 안무로 작곡가의 철학적 사색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2003년 초연에서는 음악의 아름다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회상과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희망을 놓지 못하는 애틋한 몸부림을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음악적 기교와 변주에 맞춰서 그렸다.
변주곡 형식을 취하긴 하였으나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가의 감성과 기교를 조화시켜 작품 전체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라흐마니노프의 걸작 ‘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은 200년 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던 천재음악가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지오’ 중 마지막 곡인 a단조 선율을 주제로, 24번의 변주와 짧은 서주와 코다로 이뤄져 있다.
유병헌 안무가는 뜨겁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형상을 맺는 자아의 발견과 미혹의 바다에서 잃지 않는 희망의 기쁨을 담았다. 작품 “파가니니 랩소디”는 들리는 음악이 눈으로 보이고, 보이는 춤이 들리는 심포닉 발레를 신고전발레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이번 작품은 솔리스트가 돋보이는 고전발레와 달리 순수한 몸동작에 중점을 두기에 전 무용수 모두가 탄탄한 기량을 보여야 하는 신고전발레의 매력이 돋보였다.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바로 옆에서 숨을 쉬는 듯 느껴지던 줴떼와 18번 변주에 맞춰 보여준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한 파드되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한 쌍의 움직임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가슴이 벅찰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아나스타샤 데미아노바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마라 바로스와 이동탁이 번갈아 연기한 첫 번째 '파 드 되'는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이고 숨을 내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황홀했다.
‘분노’라는 감정에 집중한 유병헌 안무가의 안무와 연출이 새로워진 작품 “파가니니 랩소디” 작품 속 무용수들은 명랑하고 서정적인 느낌에서는 즐거운 과거에 대한 회상을, 절망과 분노와 희망까지 24번의 변주곡처럼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고난도 무브먼트를 쉼 없이 반복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청아하게 만들어 주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욱 끌어올렸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혼합된 경험과 감정’을 주제로 초청과 기획 및 공모를 통해 선정된 11개 작품과 협력공연 1개 작품 등 12개 작품을 선보인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오는 3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