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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청춘들의 방황, 연극 "그곳이 멀지 않다"..
문화

시대를 초월한 청춘들의 방황, 연극 "그곳이 멀지 않다"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06/28 00:35 수정 2021.06.28 11:45
"그곳이 멀지 않다" CAST_ /(사진=Aejin Kwoun)
"그곳이 멀지 않다" CAST_유신(정석우), 지소(전채희), 원술(김유민), 안남(문하나), 희명(정제이), 삼릉(문경태), 선생(박진호), 산새(장석환)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최근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극단 청우는 신작 “그곳이 멀지 않다”를 무대에 올렸다. 연극 "그곳이 멀지 않다"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인 김유신의 아들, 화랑 원술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신라시대가 배경인 이야기를 현대 배경과 버무리며 설정한 소위 ‘B급’ 코드의 드라마이다. 우리가 잘 아는 김유신과 원술이라는 인물로 서로 다른 세대가 비교, 대조되는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인지해가며 그 길을 찾고자 행동하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에너지를 재기발랄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곳은 멀지 않다" 공연사진_신라 김유신 장군(정석우)과 지소부인의 자식으로, 나라와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있는 화랑 원술(김유민)은 B급 감성을 담뿍 담은 작품 속에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청춘을 우스꽝스러운 코드까지도 능청스레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공=극단청우)
"그곳은 멀지 않다" 공연사진_신라 김유신 장군(정석우)과 지소부인(전채희)의 자식으로, 나라와 아버지의 기대를 받고 있는 화랑 원술(김유민)은 B급 감성을 담뿍 담은 작품 속에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청춘을 우스꽝스러운 코드까지도 능청스레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공=극단청우)

연극 “그곳이 멀지 않다”는 신라시대 배경 역사극이나 그 인물의 일대기가 아닌, 자신의 삶에서 ‘그곳’을 찾아 나서는 의미를 공감하게 만들고 있는 장정아 작가의 창작 신작이다. 이 작품은 두 세대를 이끌어왔던 이전 세대의 경험을 강요당하는 새로운 세대의 고민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자 선택하고 떠나는 원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과의 전투에서 죽지 못하고 되돌아온 원술이 김유신과 지소부인에게 외면당한 후 당군과 거란, 말갈의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는 과거의 이야기는 2021년의 무대 위에서 현대 청년들의 일상과 콜라보되어 우리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그들의 고민이 어느새 겹쳐진다.

"그곳이 멀지 않다"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그곳이 멀지 않다" 공연사진_ 신라의 귀족 집안 출신으로 화랑도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전국 1등 화랑 안남(문하나)은 자신이 죽을만치 노력해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당연하게 가지고 태어난 원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원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서라벌을 대표하느 힙스터 화랑 삼릉(문경태)는 매사 심각함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실은 너무나 따뜻한 맘을 가지고 있다. 서역에서 온 유학생 출신으로 당, 왜, 서역의 말에 능숙한 바이링구얼 화랑 산새(장석화)는 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전혀 소중하지 않았을까? 과연? (사진=Aejin Kwoun)

발레전공자 정옥희의 저서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에서는 “부모의 자리란 자신이 조금 낫다고 해서, 혹은 자신이 먼저 거쳐 왔다고 해서 아이에게 권위를 휘두르기 좋은 위치라는 것을, 전공을 대물림한다는 건 선생님 혹은 상사와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이러한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평가나 부담감 없이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아껴 주는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작품 속에서 성별의 구분이 확실한 건 어른들 뿐이다.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편견에 갇힌 우리의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그곳이 멀지 않다" 공연사진 /(제공=극단청우)
"그곳이 멀지 않다" 공연사진_ 원술의 또 다른 BF(best friend)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처지를 이애하는 친구 희명(정제이)는 원술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났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부모의 그늘 아래 빛나지 못함은 축복일까? 저주일까?/(제공=극단청우)

작품 속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과 배경의 엄친아가 아닌 ‘방황하는 젊음’의 모습들 속에서 니가 포기하는 그 하나하나가 누군가는 죽을 만치 원하고 원하는 하나일 수 있다는 말은 극장을 나온 이후에도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고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없는 그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는 것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누구나 원하고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다.

극단 청우는 대학로에 만연한 PD 시스템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일회용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위험과 연극적 이상의 상실이 이미 현실과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20~30대의 연극인들이 1994년 1월 첫 모임을 시작하였고 그해 8월 창단됐다. 극단 청우는 신체 언어와 화술의 유기적 결합과 조화를 실험하고 이를 토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는 박주영 연출과 장정아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이다. 

작품을 쓸 때 의도된 건지 연출할 때 의도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유신, 지소, 선생의 어른들 외엔 남녀의 구별이 거의 없는 젠더 프리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부로 의도된 것일까요?

박주영 연출_
대본을 읽고 바로 젠더프리 캐스팅을 결정하였고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1년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남자’만 될 수 있었던 화랑이라는 역할에 여자와 남자 모두가 속해 있는 모습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 주어서 반가웠다. 작품 속 ‘원술’은 성별의 구분 이전에 ‘사람’이어야 했다. 그 덕분에 전형적인 관계성을 넘어 인물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장정아 작가_
박주영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 여기의 무대에서는 누구나 화랑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의견에 공감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 이야기는 원술이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본상 원술의 성별이 남성이었던 것을 고집할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 대본을 연출님과 함께 수정해 가면서 성별을 지칭하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새로 배우게 된 것들이 있어 이번 작업은 유의미한 경험이자 시도였다.

극단 청우와 어떻게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함께 희곡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주영 연출_
서울시극단에서 김광보 연출님과의 인연으로 장정아 작가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장정아 작가님과는 ‘333희극희큭 낭독극장’이라는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이이기도 하다. 같은 세대의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며, 작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제작과정에 참여해주는 작가님과 ‘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장정아 작가_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극단 창작플랫폼에 참여했던 것을 계기로 극단 청우의 단원분들을 뵙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그 시간이 이어져 이번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다. 박주영 연출님과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 이야기가 좋은 배경을 등에 업은 한 인물의 푸념처럼 들리지 않았으며 하는 것이었다. 관객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연습과정 중에 모든 배우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의견을 주셔서 처음 희곡보다 훨씬 풍성한 공연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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