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운명이라 말하며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훈(遺訓)과 오이디푸스 작품 속 마지막 대사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에서 느껴진 유사성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들의 죽음에 대한 연극 “마더퍼커 오이디푸스”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그리스비극이 아닌 코미디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요상한 매력을 발산하였다.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작품’으로 선정되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이 작품은 86세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상태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서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소포클레스의 그리스비극 ‘오이디푸스 왕’의 익숙한 플롯에서 찾는다.
그리스비극의 형식을 상상하며 정통연극의 언어를 상상하고 왔던 관객들은 어지러워 보이는 움직임과 겹치는 대사들에 무엇을 보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무대 곳곳에서 산만하게 펼쳐지는 듯한 동작들과 여러 곳에서 편지를 읊조리는 소리와 노동현장을 대변하는 듯한 외침들은 어쩌면 우리의 삶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사건·사고들을 비롯한 모든 현상에 모두 집중하고 듣고 바라볼 수 없음을 대변할는지 모른다.
정형화되어 딱딱 떨어지는 구조가 아니기에, 그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과 음악은 뒤죽박죽되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속에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살아 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춤을 추듯 곡예를 하듯 끊이지 않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들의 목소리 속에, 오이디푸스 비극 속 인물들의 이름을 빌어 우리 사회 속 한 줌의 재로 스러진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발칙한 제목의 작품 “마더퍼커 오이디푸스”를 한 번 보고 그들의 모든 목소리를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담아내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연출한 강훈구 연출의 생각과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들이 생각은 같지 않을지 모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진실은 보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고,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 것이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극 무대에서 유망 연출가로 촉망받고 있는 강훈구 연출의 시선은 문학적인 텍스트보다 그 이면을 더욱 깊게 파헤친다. 실력이 아니라 새로운 공놀이, 익숙하지 않은 공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어 누구나 왔다가 즐기고 다음 날 또 만나 공놀이할 수 있는 집단을 꿈꾸는 ‘공놀이클럽’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간 작품 “마더퍼커 오이디푸스” 이후에 그들의 공놀이에 또다시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