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책과 음악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세계 최초 무대화를 한 작품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죽은 아내가 사랑했던 사제관 정원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등을 기보한 실존 음악과 시미언 피츠 체니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지난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실험적 작품을 위한 기획 시리즈 프로그램의 세 번째 작품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죽은 아내에 대한 시미언의 사랑과 그리움을 시미언, 딸 로즈먼드, 그리고 내레이터가 등장하는 3인극으로 구성하여 풍성한 음악과 시적으로 직조된 언어를 아름다운 무대 위에 구현해 냈다.
실제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등이 어우러진 사운드를 디자인과 사운드의 퀄리티를 동시에 구현한 60대의 Gallo Acoustics 팬던트 스피커와 벨기에에서 공수해 온 살아있는 이끼로 디자인한 무대는 관객들에게 실제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려 노력하였다. 자연의 소리와 시미언이 기보한 음계의 소리, 이를 바탕으로 이진욱 작곡가가 창작한 음악과 파스칼 키냐르가 작품에서 제시한 실제 작곡가의 음악을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플루트를 이용한 라이브 연주는 작품의 몰입감을 더했다.
오경택 연출은 “관객이 함께 정원 안에 들어와 무대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노력했다”라고 전했으며, 황정은 작가는 “누구와도 말하지 못한 비밀과 아픔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극 중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전 작품 ‘레드’, ‘킬미나우’, ‘레드북’과는 또 다른 정서의 조금은 실험적인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시미언으로 완벽하게 몰입한 정동환 배우는 시종일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를 표현하는 데 집착한 인물 그 자체였으며, 시미언의 집착적인 사랑에 조금은 무관심해 보이는 전부인 아내 에바와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딸 로즈먼드로 1인 2역을 맞은 이경미 배우는 서로 다른 성격의 인물로 시미즈라는 인물을 구체화했다.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내레이터 역의 김소진 배우는 특유의 깊고 울림 있는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으로 극의 무게를 조율했다.
무대뿐 아니라 로비에는 공연을 모티브로 제작된 그림 전시와 이끼와 프리저브드 식물로 공연 종료 후에 풍겨오는 숲속의 향기까지 선보이며 관객들의 오감을 세심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아버지 곁에 마지막까지 머물며 그가 남긴 악보들을 모아 “야생 숲의 노트” 책으로 출판한 로즈먼드의 사랑이 왠지 조금 더 길고 깊게 느껴졌던 낯설지만 애절함이 느껴지던 작품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새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조금씩 울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