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일상의 작은 이야기 속에서 숨어 있던 감동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관객들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코로나19나 정치·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한 연극들은 개별적으로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필요하겠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속적으로 아픈 기억과 상처를 헤집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하며 서서히 사라지게 된 세 여자의 이름, 오래전 잊힌 이름들이 거론되며 서로 관련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네 개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작품 “허스토리”는 지난해 제5회 단단페스티벌에 이어 올해 ‘제7회 무죽페스티벌’에 선정되어 지난해와는 다르게 각색된 스토리와 무대로 관객들 앞에 다시 찾아왔다.
지난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극장 동국에서 선보인 연극 “허스토리”는 세 명의 중년 여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으로, 이 극의 매력은 여러 인물이 되는 배우의 연기에 있기에 그들의 무대 위에서 하얀 티에 멜빵 바지를 입고 소녀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안겨주며 관객들이 세 중년 여배우들의 유쾌한 장난을 예상하게 만든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성진 연출은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각 이야기의 리얼리즘보다는 연극적 요소와 즉흥성을 살려 배우의 퍼포머적인 매력을 무대 위에 펼쳤다.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비판하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물고기 남자’에서부터 극단 무아지경과 호흡을 함께한 김성진 연출은 김나영 작가의 ‘밥’, ‘소풍’ 등의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감성을 젊은 작가이자 연출가의 감성으로 덧입혀 감동을 배가시켰다. 김나영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포함한 작년의 다섯 개 에피소드 중 한 개의 에피소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나뉘어 그들의 만남과 또 다른 시작을 유쾌하게 표현하였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깊이가 깊어지는 걸 느끼며 행복해하는 세 배우가 극단 무아지경의 대표이자 배우인 김나윤 배우를 통해 함께 만났다. 좋은희곡읽기모임과도 인연이 깊은 작가와 세 배우는 연극을 만들고, 함께 무대에서 호흡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가 너무 행복하다. 지원사업은 아직 그들과 인연이 없었던 관계로, 십시일반 모아서 차곡차곡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를 꾸며내고 관객들과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올해 7회를 맞고 있는 ‘무죽페스티벌’의 ‘무죽’은 ‘무대에서 죽을란다’의 줄임말로, 무대의 꽃인 배우를 오롯이 빛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된 페스티벌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안타깝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남은 3개 작품의 진행은 잠정 중단하고 추후 상황과 지침에 따라 다시 공지 올릴 계획이다. 극단 신인류의 “싸이킥”,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한 여자”, 극단 인자의 “년년년”도 무사히 관객들과 만나 또 다른 감동을 전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