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인간의 부조리를 그린 ‘천국으로 가는 길’을 무대에 올렸던 플레이위드의 배우들이 2018년 실제로 독일을 방문하며 느끼고 벌어졌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여행연극 “클럽 베를린”이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을 독일 베를린로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18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한양레퍼토리 극장에서 낭독극 형태로 트라이아웃 공연(‘베를린 어게인’)이 진행된 바 있으며, 여러 가지 볼거리를 추가해 플레이위드의 여행연극 레퍼토리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공연 생태계와의 상생을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한 우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공연장과 부대시설, 무대장비를 무료로 대여하고 창작지원금, 홍보 마케팅, 하우스 운영 인력을 지원하는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서 85:1의 높은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다.
실제 그들이 다녀온 베를린과 유럽의 이야기들을 녹여낸 플레이위드의 다섯 번째 여행연극 레퍼토리 “클럽 베를린”은 여행의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스탠드 업 코미디의 양식을 도입하여 배우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서사를 돋보이도록 꾸며졌다.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따라 함께 떠나는 베를린 여행을 다뤘기에 ‘로드씨어터’라는 부제를 붙였다. 여행의 경험과 기억을 관객과 나누기 위해 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여행의 의미는 더 뚜렷해지고 확장되었다.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을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규모 유대인 학살을 주제로 비극적인 학살을 휘말렸던 가해자나 희생자의 참상을 직접 말하지 않고 연극적인 상상으로 인간의 부조리를 드러냈던 작품 '천국으로 가는 길'을 무대 위에 올렸던 배우들이 그들의 여행지로 독일은 선택한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자연스레 ‘천국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대 위 여행 이야기 속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꼭 넣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직접 여행하는 순간들을 담은 영상과 무대 위 이야기는 한데 어우러지는 듯, 따로 관객들에게 연극이 아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눈에 익은 한 배우만이 혼자 무대 위에서 제일 편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뮤지컬을 연기했다 이야기하는 것이 대사인지 실제인지, 한 배우가 보여준 무대 위 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여전히 모호하게 느껴진다.
배우와 연출이 여행 중 에피소드와 사실들을 바탕으로 직접 가사를 쓰고, 플레이위드와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정한나 음악감독이 곡을 붙인 노래들의 가사가 궁금해지지만, 한 배우의 노래는 뮤지컬 창법도 아니면서 배우 특유의 호소력 깊은 전달이 묘하게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묘한 어색함 속에 그들이 계속해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클럽은 아주 잠깐 맛보기로 보여주는, 클럽은 없는 연극 “클럽 베를린”은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관객들이 슬며시 잊고 지나갈 수 있는 기억을 어루만져 준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일중독자 작가 겸 배우로 출연한 박동욱이 말미에 들려주는 고백에 관객들은 자신도 몰랐던 모습의 기억과 마주하며, 극 중 그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며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