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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누구의 맘도 위로하는 연극 "창밖의 여자"..
문화

그 어떤 누구의 맘도 위로하는 연극 "창밖의 여자"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08/03 13:28 수정 2021.08.05 15:00
"창밖의 여자" 사진 /(사진=Aejin Kwoun)
"창밖의 여자" 사진_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전업주부와 비혼인 여성, 어쩌면 정반대의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감정과 시선이 만나는 시간이 무한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여자’라는 동질적 범주는 서로를 동료라고 여기게 만들까? 하지만 연대의 가능성이 생긴다 할지라도, 각자 자기만의 ‘창’을 통해 상대를 보고, 상대방은 ‘창밖의’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음은 철저한 현실일 것이다.

"창밖의여자" 공연사진 | 물컵을 오고가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듯 나누는 모습은 정말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사진=김명집)
"창밖의여자" 공연사진 | 물컵을 오고가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듯 나누는 모습은 정말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사진=김명집)

지난 7월 28일부터 오는 8월 8일까지 극장동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작품 “창밖의 여자”는 희곡작가로 데뷔하자마자 그만의 언어유희로 두터운 팬층을 얻고 있는 신성우 작가의 2014년 초연되었던 첫 창작희곡이다. 조금은 진지한 위트를 보여주는 채수욱 연출의 시선으로 다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8년 전의 조금은 7080식이었던 극의 유머에 작은 센스를 더하며 그 어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지만, 그 어떤 누구의 맘도 위로하는 따뜻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여성보다 여성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신성우 작가는 “2014년 제14회 2인극 페스티벌 초연 이후 울산, 춘천, 대정, 창원 등 지역 여러 극단에 의해 재공연되었던 저의 첫 창작극이, 극단 행복한 사람들 제작으로 제 7회 무죽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대학로에서 공연되어 무척 감격스럽다”라고 밝혔다. 또 신성우 작가는 "더욱 즐거운 것은 이번 ‘창밖의 여자’ 공연이 작가의 개인적 감격을 뛰어넘는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이라며 "연기, 음악, 무대, 조명 등 공연의 모든 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됐다. 2021 신진연출가전 작품상을 수상한 연출답게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채수욱 연출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창밖의 여자" 공연사진_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지었던 미소 또한 진심이었을텐데... /(사진=김명집)
"창밖의 여자" 공연사진_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지었던 미소 또한 진심이었을텐데... (사진=김명집)

전업주부인 유정을 연기한 정소영 배우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한 연기와 커리우먼으로 비혼인 민영을 연기한 서지유 배우는 출산 후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과 통통 튀는 연기로 희곡이 주는 재미를 무대 위에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변화보다는 원래의 삶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는 두 사람을 보며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자신들의 위치와 입장에 따라 좀 더 보이고 들리는 것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창밖의 여자" | 다른 시선, 다른 관점으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지도...두사람은.../(사진=김명집)
"창밖의 여자" | 다른 시선, 다른 관점으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지도...두사람은... (사진=김명집)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결혼하는 것이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5명 중 1명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30대 후반 여성(미혼·기혼 포함)의 경우 4명 중 3명 가까지 향후 자녀를 (더) 가질 의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결혼을 왜 하지 않냐는 질문보다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에 더 집중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결혼과 비혼의 선택 사이에서 선망과 현재 사이에서의 갈등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내지만, 연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창밖의 여자”에 이어지는 높은 관심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러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음이 치유되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모인 극단 행복한사람들은 이번 작품과 함께 ‘여주인공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어려운 시절이지만 관객들과 계속해서 함께 할 자리를 모색 중이다. 오는 4일부터 시작되는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의 시작은 신성우 작가의 "안나K"로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지 더욱 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창밖의 여자"를 함께 만든 사람들 /(사진=Aejin Kwoun)
"창밖의 여자"를 함께 만든 사람들_조명디자이너(김민재), 작가(신성우), 음향오퍼(김진주), 민영(서지유), 유정(정소영), 연출(채수욱), 조연출(신승빈), 조명오퍼(김수연) (사진=Aejin Kwoun)

아래는 채수욱 연출과의 짧은 인터뷰이다.

창문을 마주 보는 앞집 설정의 무대와 동선 너무 깔끔하고 멋졌습니다. 무대 설정과 동선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원래 대본은 9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고, 두 인물이 실제로 만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백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대본 자체의 설정을 살렸을 때 그것만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고 상투적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동의하에 마지막 독백을 제외한 모든 독백을 쪼개서 교차 편집하고 두 인물의 공간을 한 공간으로 합쳤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내밀한 얘기를 마치 대화하듯이 끌고 갔을 때, 연극적인 재미를 관객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간의 변화도 너무 잦아서, 대사를 일부 수정하여 4개의 공간으로 압축했다. 이러한 연출적 설정을 무대 디자이너를 비롯한 스텝들이 잘 이해하고 여러 좋은 아이디어를 주셔서 깔끔하고 세련된 무대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속 노래는 추가가 된 걸까요? 노래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연출할 때 암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암전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두 인물의 내면을 행위와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는 브릿지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선 음악이 필요하고 음악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대본이 집필된 지가 좀 오래되다 보니 약간 올드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음악을 통해 최대한 세련된 느낌으로 포장하고 싶었고, 음악감독님께 이러한 생각을 전했다. 이인혜 음악감독님은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셔서 우리 작품에 나오는 모든 노래의 작곡, 편곡은 물론 노래까지 직접 불러주셨다. 짧은 시간 동안 무려 10곡의 노래를 만드느라 밤샘 작업도 하면서 고생하셨는데, 우리가 함께 만든 최종 결과물인 공연에 대해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난 후 음악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고 있다. 저도 이인혜 감독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작품은 음악극이란 얘기를 자주 하고 있다.

*창밖의 여자 sound track
woman
i can’t see the real you/and i can’t see the real me, you and I/woman woman woman woman

프롤로그의 타이틀곡으로 출발, 이 곡을 스토리와 감정의 흐름에 맞춰 7버전으로 변주(1, 4-6, 8-10번 트랙)했다. 2, 3번은 개인테마 트랙, 역시 한 가지 모티프를 가지고 유정 버전, 민영 버전으로 각각 변주했다.

연출님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았지만, 대화나 몸짓 간 '사이(pause)'에서 독특한 느낌을 받는 듯합니다. 작품을 연출할 때 연출님에게 '사이'가 갖는 특별한 의미나 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때로는 ‘사이’가 강렬하게 쏟아내는 대사나 행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배우의 목적과 정서가 분명하다면 대사나 행위 없이 아주 긴 시간도 무대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적막 속에서 관객은 서사적 채워 넣기를 하기도 하고, 텍스트나 행위가 직접적으로 주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사이’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사이’를 잘 쓰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두 배우의 연기톤이 그리 같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너무 찰떡같은 호흡 보이기까지 어떤 연출적 지도나 연습이 있었을까요?

우선 두 배우는 워낙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이다. 이런 선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디렉션을 할 때 많이 디테일하게 하는 편이라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힘들어하는 편이다. 두 분 역시 이번에 연습하면서 많이 힘드셨겠지만,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시고 어떻게든 제가 요구하는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주셔서, 연출로서 감사하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기예술에 정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보다는 상대 배우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연기가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연극은 앙상블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두 분 모두, 너무 선하시고 항상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려고 하시다 보니 훌륭한 앙상블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7회를 맞고 있는 ‘무죽페스티벌’은 극단 신인류의 “싸이킥”, 극단 인자의 “년년년”으로 무대의 꽃인 배우를 오롯이 빛나게 할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9월 5일까지 극장 동국에서 이어지는 페스티벌에서 또 다른 감동을 만나 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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