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창원시 내서읍의 한 구형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한 50대 여성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폭염이나 열대야 때문이 아니라 조합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새 아파트로 이사할 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결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초대조합장이 사임한 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장을 두 차례 더 선출하고도 또 다시 비상대책위가 구성됐다.

이 과정에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할 업무대행사가 배제되고, 10여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수차례 추가분담금을 내면서 사업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업시행 가능성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지역주택조합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89세대에 조합원 수 543명

A씨가 가입해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15년 11월 16일 창원시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내서중리 지역주택조합’이다. 이 조합은 다음해인 2016년 2월 조합원 추가모집 승인을 받아 현재 543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하지만 A씨를 포함한 수백 명의 조합원들은 내집마련의 꿈이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초대조합장이 우여곡절 끝에 사임한데 이어, 현 조합장은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마산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창원시가 고시한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이 건설하려고 하는 아파트단지는 마산대학교 인근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821번지 일원 11만1500㎡에 989세대의 공동주택이다.

추진위 구성...무난했던 조합 설립

지난 2004년부터 부산의 주택개발업체인 B사에서 토지계약 등 부동산권원을 확보한 뒤, 2007년 당시 마산시에 도시관리계획변경 결정을 위한 사업계획을 제안해 2013년 11월 도시계획변경 및 지구단위 계획 결정을 받았다.

1년 뒤인 2014년 12월 B사가 고시결정 받은 사업지에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내서중리지역주택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와 B사가 업무대행계약과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에 들어가 2015년 11월 B사에 이행각서를 제공하고 조건부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사업추진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비대위 구성, 초대 조합장 1년도 안 돼 사임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조합장이 업무대행사와 결탁해 업무추진비를 가지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결과 내서중리지역주택 추진위원장으로서 사업을 주도했던 초대조합장이 2016년 8월 사임하고, 한 달 뒤인 9월 임시총회에서는 사업지 확보를 위한 대출까지 부결됐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초대 조합장 사임이나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출 건이 무산된 것은 비대위 측 조합원들의 압박과 음해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조합원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으면서 3개월 뒤 개최된 임시총회에서는 새 조합장 및 임원 선출과 사업지 확보를 위한 대출 건이 모두 가결됐다.

초대 조합장이 사임한 뒤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C씨가 “사업만 정상화되면 조합장을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새 조합장으로 선출되면서 다시 사업추진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창원시 "임시총회 원천무효" 공문...사업추진 중단

그러나 사업추진의 정상화를 기대했던 조합원들의 기대는 1개월 만에 다시 물거품이 됐다. 새 임원진이 구성된 뒤 비대위는 창원시에 "전체 조합원 숫자가 조합설립 신고 당시 숫자보다 많아 임시총회 자체가 무효"라며 창원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설립당시 조합원 숫자는 511명인데 조합원 추가모집을 통해 전체 조합원이 541명으로 증가했고, 조합원 추가모집에 따른 변경 신고 없이 이뤄진 임시총회는 무효라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었다.

이에 창원시는 “조합설립 인가 시 조합원 수로 총회를 다시 개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시는 이 공문에서 임시총회에서 가결된 모든 안건은 원천무효라고도 했다. 따라서 두 번째 조합장과 임원 선출이 무효되고, 시공예정사 선정과 사업지 확보를 위한 대출건도 모두 중지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0여 건 이상의 고소고발이 이뤄졌고, 재판과 조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이 4년6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혼돈의 서막이 활짝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