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관리감독 할 책임이 있는 창원시가 잘못된 판단으로 조합원 임시총회를 원천무효 시키면서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내집마련을 위해 창원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 결성에 적극적이었던 A씨는 지난 2014년 12월 내서중리지역주택 추진위원회에서부터 열성적으로 활동해 왔다.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지역주택조합의 관리감독권자인 창원시에 대해 이렇게 냉정한 평가를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조합원들 "마른 하늘의 날벽락"

조합설립 후 임원진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의 불신과 갈등을 털어내고 새로운 조합장과 임원을 선출한 2016년 12월 조합원 임시총회를 창원시가 임의적인 판단으로 원천무효 시킨데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특히 이날 조합원 임시총회에서는 사업지 및 사업권 확보를 위한 대출까지 가결시킨 상태에서 창원시의 원천무효 통보는 하루빨리 사업을 정상화하길 바라는 조합원들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됐다.

결국 조합 임원이 궐위되자 초대 조합장과 후임 조합장에 ‘반기’를 들어왔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원 511명 중 5분의1 동의를 거쳐 창원지방법원에 ‘내서중리지역주택조합 임원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허가를 받아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2017년 12월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비대위를 이끌던 D씨가 단독으로 출마해 새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조합장과 함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상근이사 1명도 이 때 선임됐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이 허가한 임시총회는 임원변경에 한정했으나, 비대위측이 조합원 전체에 추가분담금 100만 원을 신탁계좌가 아닌 조합장 개인의 임의개설 계좌로 납부토록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추가분담금, 조합장 개인명의 계좌로 내세요" 

새 임원진으로 구성된 조합 측이 조합원들에게 요구한 추가분담금은 1차 100만 원과 2차 300만 원을 합쳐 개인당 400만 원이다. 지금까지 400만 원 모두 입금한 조합원이 100명이 넘고, 나머지도 대부분 1차 분담금을 내면서 지금까지 입금된 분담금이 7억 이상 8억 가까이 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추가분담금을 포함한 모든 조합비는 조합장이나 개인 명의의 계좌로 납부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신탁계좌를 통해 입출금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택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D조합장이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자신 명의의 임의계좌로 납부토록 독려하는 등 법령을 위반하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리고 새 비대위는 D조합장의 추가분담금 수령 절차와 방법에 대해 창원시에 조사를 요구했다.

<뉴스프리존>이 확인한 결과 창원시는 올해 6월 22일자로 비대위에 공문을 보내 “조합에서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주택법 제11조 2(주택조합의 업무대행 등)의 제3항과 달리 조합 자금의 보관업무를 신탁업자에게 대행하지 않은 사항이 확인되어 시정명령 등의 처분 사전통지를 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비대위 구성, 현 조합장 고발

새로운 비대위는 앞서 D조합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마산동부경찰서에 고발, 현재 고발인과 피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추가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D조합장은 “신탁계좌가 압류를 당한 상태여서 입출금 업무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창원시 관계자도 “조합 상근직 월급이나 활동비 등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조합장 명의의 계좌를 해지하고 다른 금융기관 계좌를 새로 개설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기관 계좌 역시 조합장 개인 명의의 임의개설 계좌이기 때문에 법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특히 조합 측이 추가분담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분담금 사용처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다.

A씨는 이와 관련 "개인명의 통장으로의 추가분담금 납부에 대한 창원시 시정명령이 있은 뒤, 조합장이 개인 통장에서 분담금을 인출해 조합 사무실에 있는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면서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조합원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 “그 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그렇다면 앞서 창원시가 조합으로 발송한 임시총회 원천무효 및 재개최 통보는 적법하고 합리적인 처분이었을까.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시가 재적 조합원과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일부가 맞지 않다며 총회 의결사항을 원천무효 시키면서 총회를 다시 개최하라고 공문을 보낸 뒤 추가모집을 통해 가입한 조합원들이 법원에 조합원 자격 확인 소송에 나섰다.

그리고 법원은 이들 모두 조합원 지위를 갖는다는 재판 결과가 나왔고, 창원시 역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조합원 A씨는 “추가모집을 통해 늘어난 조합원 541명이 당초 511명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총회가 무효라면, 그 후에는 법원 판결로 조합원 직위를 확인한 541명으로 총회를 열어야 마땅하다”면서 “그런데 시는 현 조합장을 선출한 2017년 12월 총회를 511명으로 개최했음에도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또 “현 조합장의 개인통장 이용과 조합원 총회 성립 여부에 대한 명확한 지도나 감독 없이,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의 창원시 주택행정에 조합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행정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