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과연 누구나 꿈꾸는 행복일까?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삶이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 걸까? 내가 생각하는 비정상적인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일까? 쉽지 않은 세상 속 ‘약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작품 “안나K”는 우리에게 옳고 그름의 판단을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조차 개개인의 자유일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행복과 자유는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그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당신은 그 답을 정확히 알고 있나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소극장 공유에서 미성년자 관람 불가 연극으로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의 첫 포문을 연 연극 “안나K”는 비혼인 여자와 가정주부 사이의 생각 차이를 실감이 나게 그리며 8일 같은 날 마지막 공연을 펼친 ‘창밖의 여자’의 희곡을 쓴 신성우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포용한다는 점은 일견 닮았다.
‘강자의 세상을 살아가는 약자’,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는 안나는 강자의 세상을 살아가는 약자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자들의 세상이 만들어 놓은 ‘올바름’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로 몸을 감추는 안나를 보며 이해할 수 없기에 비난을 쏟아부을지언정 우리 모두 한 번쯤 반문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살포시 대화를 건넨다.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며 굳건하다고 믿는 그 세상을 살짜기 흔들어놓는다.
19세기 러시아의 안나 카레니나와 현재 한국의 김안나라는 여성을 동시에 지칭하는 이름을 뜻하는 제목의 작품 “안나K”는 2017년 집필한 이후 (아마도) 작품의 과격성 때문에 제작할 극단과 연출을 찾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신성우 작가는 극단 손수의 윤민훈 연출을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라 말한다. 그리고 “코로나를 뚫고 작년에 대전에서 초연을 올렸던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공연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무척 기쁘고, 이 자리를 빌려 여주인공 페스티벌을 주최, 주관하는 극단 행복한 사람들(대표 원종철)에 감사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려 신선하고 다양한 희곡을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색다른 공연을 창작하고 있는 ‘극단 손수’만의 색으로 서울 관객들과 만나는 “안나K”의 무대와 배우들은 작품처럼 치열하고 치열했다.
아래는 삶을 포기한 여자가 아닌, 처절하게 살아내려는 여자로 안나로 봐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윤민훈 연출과 짧은 인터뷰이다.
신성우 작가님의 작품 "안나K"를 어떤 인연으로 무대 위에 올리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극단 손수’만의 은 매력은 무엇이라고 여기시나요?
18년도에 우연히 대본을 읽게 되었습니다. “안나K”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강렬한 분위기에 끌렸기에 연출로써 너무나 욕심이 났습니다. 극 중 안나의 역할이 강인한 듯 세거나 불쌍하게만 보여진 게 아니라, 힘든 세상을 처절히 살아가는 여자 안나만의 삶으로 그려진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다른 극단에서 작품을 먼저 하기로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이 아닌가 보다 포기하던 중 신성우 작가님의 “안나K”를 하기로 하였던 극단의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손수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하며 20년도에 작품의 첫 공연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손수의 특색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언어의 리듬, 생동감, 경쾌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저돌적이고 강렬한, 어찌 보면 눈살 찌푸릴 정도의 이미지적인 장면들에 대한 연극적 표현도 중요하지만, 조리되어지지 않은 날것의 표현에 아직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젊은 연출, 젊은 극단인 손수는 재미있고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한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이런 연극을 하는 극단이 ‘대전에 살아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에 소극장이 아기자기하게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전에서의 공연과 서울에서의 공연은 극단에서 느낌이 다를까요? 관객 반응들은 어떠하였나요?
서울에 올라오는 것만으로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극단이나 배우들의 과정, 횡보를 전혀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오롯이 한 작품으로만 평가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긴장마저도 함께 즐겼습니다.
그리고 관객분들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평가하기보다는 순수한 관객의 마음으로 공연에 집중해주셔서 부족했던 공연을 완성도 있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공간의 배치에 세세한 의도를 두고 있다 느껴졌습니다. 각 공간에 대한 연출님의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 소파, 테이블, 쓰레기 더미들, 깨진 거울에 붙어있는 잡지의 사진들 등 많은 부분을 제작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품이 아닌 현실에서 사용하는 대·소 도구들로 무대를 구성했습니다. 유일하게 상징적 무대로 표현한 것은 쇠사슬과 자물쇠로 이뤄진 문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문을 넘는 것이 극 중 안나의 목표이자 꿈 혹은 반대의 가장 안전한 장치이자 보호막으로 표현이 되길 원하였습니다. 안나의 삶에 다른 색을 물들이고 자기 삶의 방법을 주장하듯 결국은 흰색의 카펫과 소파, 두 남자의 흰색의 의상이 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님들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작품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처음 대본을 본 후 망설임 없이 안나 역의 배우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그 배우가 이번에 안나역의 이여진 배우입니다. 이여진 배우의 강한 에너지를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대본을 다 읽고 바로 전화를 걸어 ‘같이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조심스럽게 ‘노출도 있을 거 같고,,, 여기저기 날라다닐 수도 있고,,, 맞아서,,, 피도 많이 날 것 같고,,, 여기저기 멍도 들 거 같은데’ 등등 거절할까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흔쾌히 역할을 수락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주신 이여진 배우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상구 역의 장지영 배우님은 제가 알고 있는 배우님들 중 최고의 실력자라고 자부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출인 저에게만 1순위가 아닌. 신성우 작가님 또한 장지영 배우님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셨습니다. 작가와 연출의 믿음 그대로, 장지영 배우님이 참여해 주셨기에 전체적으로 공연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원역의 지민기 배우는 20년도 초연에서는 조연출로 참여했습니다. 작년과는 다른 이미지의 재원을 고민하던 중 바로 옆에 딱 맞는 이미지의 배우가 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캐스팅하였습니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재원역에 집중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차기작 소식이 듣고 싶습니다.
9월 7일과 8일 양일간 대전에서 “안나K”가 다시 무대 위에 올라갑니다. 이제부터는 부족하고 아쉽다 느꼈던 부분에 대해 보강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에 극단의 정기 공연을 준비 중이고, 작품은 미정입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검토 중이며 신중하게 고민 후 선택할 생각입니다.
여주인공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을 활성화해 더 많은 여주인공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여주인공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대표이자 배우인 원종철 대표는 길 위에서 번 돈으로 연극을 제작하고 페스티벌을 꾸려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이제 2회를 맞는 ‘여주인공페스티벌’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안나K”에 보내진 관객들의 애정이 어린 응원이 “셀룰로이드”, “가난포르노”, “인형의 집-시작된 살인”, “엄마의 여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며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