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경남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지구 재개발·정비사업과 관련, 사업시행자 선정이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현 조합장측과 창원시를  성토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상남산호지구 재개발 및 도시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10월 31일 조합원총회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신탁회사를 사업대행자로 선정,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5월 8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주)한국토지신탁을 수의계약 방식의 사업대행자로 지정했다.

조합, 단독응찰 한국토지신탁과 수의계약

이후 조합이 창원시로부터 지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자 전체 조합원 1298명 중 100여 명의 조합원이 ‘조합정상화를 위한 모임’(이하 정상화모임)을 구성한 뒤 "사업대행자 선정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위반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29조는 특별한 규정이나 계약규모,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정법 시행령 제24조는 일반경쟁입찰자가 없거나 단독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도 일반경쟁입찰에 부쳐야 한다.

조합장측은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사업대행자 선정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른 일반경쟁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지 여부'를 물어 지난 6월 11일 받은 답변을 근거로 수의계약 방식의 신탁사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 답변에서 "시장·군수 등이 신탁업자로서 사업대행자를 지정하는 경우 도정법29조의 일반경쟁입찰 절차를 필히 이행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토부는 이 답변의 근거로 도정법 제28조 1항의 '장기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 등으로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토지등 소유자(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로 요청하는 경우, 시장·군수등은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지정개발자(신탁사)에게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특별한 규정 등에 해당해 수의계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합정상화모임 "수의계약은 도시정비법 위반"

그러나 정상화모임측은 국토부의 이런 답변은 상남·산호지구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도 전혀 아니며, 시장·군수 등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지정개발자에게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한 경우도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상화모임측의 이런 입장은 재개발사업의 주무관청인 창원시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모임측은 조합장측의 수의계약 강행 움직임에 대비해 창원시에 특정업체 선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조합측에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지난 5월 4일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는 도정법 및 관련 기준 준수를 진행토록 통지했다"는 창원시의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창원시의 이런 입장은 지난 6월 24일 조합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번복됐다.  시는 이 회신에서 "시장· 군수등이 지정개발자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도정법 제29조 1항에 따른 일반경쟁입찰 절차를 필히 이행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국토부의 질의 회신"을 근거로 기존의 입장을 철회했다.

창원시의 입장 번복 공문, 조합 내분 부추겨

정상화모임측은 시의 돌연한 입장 번복에 대해 황당해 하고 있다. 한 관계인은 "국토부 담당자가 바뀌면서 같은 법률에 대해 국토부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내용을 전화로 확인한 뒤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창원시 담당자의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중요한 민원사항에 대해 조합측이 시에 제출한 국토부 답변공문을 공문이 아닌 전화통화로 확인해 기존 시의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상화모임측의 공통된 주장이다.

수의계약의 적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창원시가 입장을 번복하는 공문을 조합측에 전달하면서 내분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조합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조합원은 "법은 바뀌지 않았는데 창원시의 입장이 번복되고, 번복된 이유도 국토부 담당자가 바뀌면서라니 창원시 행정이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 결국 사법기관으로...

이에 더해 정상화모임측은 총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이미 특정업체 선정이 이뤄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며 조합측과 신탁사의 결탁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총회 개최전 특정업체 홍보자료가 조합측 자료에 게시됐고, 입찰서 개봉을 위한 조합이사회에 특정업체 직원이 소개되는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상화모임측은 "위법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경찰 고발과 함께 경남도에 감사를 요청해 놓고 있다. 감사원 감사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창원 상남·산호지구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마산합포구 상남동 일대 21만5000여㎡ 구역을 재개발해 최고 48층 31개동 3219세대 아파트를 건립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시공사로 신동아건설·중흥토건 등이 참여하는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돼 있다. 2024년 3월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론] 창원 상남산호재개발조합 신탁사 선정 보도 관련

<뉴스프리존>은 2021년 8월 17일자 「사업대행자 선정 두고 내분 휩싸인 창원 재개발조합」 제하의 기사에서 상남산호지구 재개발조합이 일반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지정하여 도시정비법 제29조를 위반했고, 총회 개최 전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면서 조합과 신탁사의 결탁 의혹이 있다는 등 일부 조합원들의 입장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재개발조합 측에서는 사업대행자 선정 시 반드시 일반경쟁절차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국토부 및 창원시의 답변 회신을 받았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고, 조합장 또한 도시정비법 위반에 대한 일체의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을 통해 무혐의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한편 사업대행자 지정 관련 총회 개최 당시 조합원의 이해를 높여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자료를 게시하고, 신탁사 소개 및 질의시간을 가졌을 뿐 조합과 신탁사가 결탁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반론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