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사람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사명 아래 고군분투하는 이국종 교수가 활동했던 외상외과 권역외상센터를 모티브로 한 공연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사고로 인한 외상은 질병과는 달리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손해보험협회의 2008년, 무려 13년 전 자료에 6,000명 이상(외상환자 사망에서 예방가능 40.5% 포함)의 중증 교통사고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하고 있다는 보고만 있을 뿐, 특히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이런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행보를 영웅적 면모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회구조의 개혁을 요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수술 외에는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소리소리 지를 정도로 심리적으로 몰려 있는 불편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처음부터 보여준다.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모습과 실제 외상외과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일어났던 픽션과 몇몇 논픽션을 적절하게 배치해 관객들을 분노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며, 무대 위에서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풀어내며 우리 사회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극 “인계점”은 2016년 연극 '보도지침'의 초고를 썼던 이성모 프로듀서가 초고를 썼으며, 뮤지컬 '그여름동물원', '이서세빌의 범죄', 연극 '혼마라비해' 등을 극작한 김연미 작가에 의해 각색된 이번 작품은 의학드라마임에도 인간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날 뿐 아니라 '연극은 사회의 거울'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연극 '유도소년',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뮤지컬 '그여름동물원'의 박경찬 연출의 투박하지만 진솔함이 묻어나는 연출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이어져 관객들은 이야기 속 진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외상센터의 수장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팀원들을 지키려 애쓰는 김규석 외상센터장 역할은 배우 조승연과 권홍석이 연기한다. 규석에 맞서 외상외과의 살림을 도맡아 책임지는 이연지 행정팀장 역할에는 배우 이지영과 정서희가 출연하며, 김규석을 오랜 시간 보좌하며 그의 방향을 지지하고 행동하는 정중근 역할에는 배우 장덕수와 박세웅이 연기한다. 외상센터에 신규입사한 간호사로서 할 말을 다 하는 당찬 간호사 김세연 역에는 배우 이설희와 정다운이 연기하며, 외상센터의 젊은 피로 외과수석의 자신감과 패기로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권시준 역에는 배우 이민재와 임건혁이 연기한다.
2020 고양예술인 창작지원사업과 2021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지원사업을 통해 대본의 완성과 낭독쇼케이스, 정식공연장에서의 트라이얼공연을 거쳐 탄탄하게 성장한 이번 작품 “인계점”의 제목 그대로의 의미부터 좀 더 많은 사람이 알기를 소망한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경계, 응급헬기가 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착륙을 허가받은 지점은 구급차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분포할 수 있도록 지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품 속 이야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한 어느 곳이든지 허가나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해져야만 할 것이다.
살릴 방법이 있음에도 법이나 사회적 무지의 틀에 갇혀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작품 “인계점”은 극장 앞 그 흔한 포스터조차 걸려 있지 않다. 열 마디 백 마디 말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이 작품은 80분 남짓한 시간에 가슴으로 풀어낸다.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 많은 층에서 사망원인 1, 2,3위가 모두 자살을 포함한 사고이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자극적인 말을 해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좀 더 기울여줄까?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것…. 언제나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힘들고 아픈 시간 속에 함께 모이기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1시간 남짓한 시간의 이 연극을 보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작품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